일, 그리고 휴식의 의미

오수빈 학생(가톨릭관동의대)
발행날짜: 2022-12-26 05:00:00
  • 오수빈 학생(가톨릭관동의대 본과 3학년)

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valance의 줄임말인 '워라밸'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적으로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심뇌혈관 질병 발병에 있어 발병 12주전 1주간 평균 60시간을 초과할 경우 강한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전공의 수련시간은 주당 80시간 이상으로 과도한 근무시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일반 근로자의 1주일 간 법정근무기간인 52시간을 초과한다.

전공의 수련 이후에도, 워라밸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수많은 의사들이 진로를 선택하는데 워라밸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곧 본과 4학년이 되는 만큼 그 어느때보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워라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 역시 많아졌다.

의료계의 궁극적 '워라밸' 향상에 대해서는 보다 치열한 토의와 시스템적인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그보다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그동안 느꼈던 점을 담담히 적어보고자 한다.

2022년 한해는 개인적으로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정의 연속이었다. 수면부족,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어느 순간부터 '지쳤다'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정작 쉬면서도 계속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괴로워하면서도, 일을 할 때는 마치 장작을 태우듯이 순간의 열정을 소모하면서 버터냈다.

그러다보니 휴식을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고작 임상 실습이 이 정도 난이도라면 앞으로 수련 생활을 어떻게 해낼 수 있지? 막막했다. 자연스럽게 워라밸은 진로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동시에 휴식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것이 마치 훌륭한 의사로서의 덕목을 갖추지 여기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져서 슬퍼졌다. 아픈 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치면서 진료를 이어가는 선배 의사 선생님처럼 되지는 못하는 걸까 싶었다.

다음과 같은 고민을 지속하고 있을 때, 우연히 집어든 책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일과 휴식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었다.

첫번째, 휴식의 필요성.

흔히 휴식이라면 일의 반대이자 시간을 버리는 일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적절한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 되는 부위는 뇌의 지능, 공감, 정서적 판단과도 연관성이 깊다. 또한 당연하게도 적절한 휴식은 오히려 일의 능률을 올리고 새로운 관점에서 일을 해결하는데 큰 실마리를 준다. 이처럼 휴식은 더 효과적인 일을 위해서라도 그 시간을 확보해야한다.

두번째,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푹 쉬었다면 이제는 일을 해야할 시간이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의 반 이상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은가?

일을 그저 직업의 일환, 특정 시간 동안 '버텨야 하는' 노동이 아니라 개개인의 전문성과 지적능력을 활용해 타인에게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행위라고 관점을 바꾸어보기로 다짐했다.

일을 제공하는 시간 동안, 여태까지 익혀왔던 전문적 지식을 이용하여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그들이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일이 고통스럽다면, 하루의 반 이상을 재미없게 버티기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저 일을 시련이라고 간주하기 보다 각자 맡은 일에 대해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일을 통한 자아실현과 이타심, 휴식을 통한 생산성 강화, 각 순간 순간 마다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진짜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느끼며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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