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수장들 '직'을 걸어야 산다

발행날짜: 2023-02-17 05:30:00
  • 의료경제팀 이창진 기자

간호법과 의료면허법(의료법) 국회 본회의 부의를 놓고 의료계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장은 국회법에 입각해 해당 법안을 직권으로 상정, 다수 야당 의원들의 표결로 국회 본회의행을 강행한 셈이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범의료계 총파업을 예고하며 국회와 극한 대치에 들어갔다.

의사협회는 오는 18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간호법과 의사면허법 등 의료 압박법 저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필수 회장 불신임을 비롯한 다양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유력하다는 시각이다.

문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누가 맞느냐는 것이다.

거대 야당 강행처리를 막지 못한 이필수 회장에게 비상대책위원회를 일임할 것인가, 강성 목소리를 내는 의료 직역 단체장 중 선택할 것인가를 놓고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꼬여있는 실타래 풀리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비상대책위원장 선출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국회와 복지부 등과 대화를 이어온 이필수 집행부는 인적 네트워크 활용한 설득부터 총파업까지 강온 전략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강성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의료 직역 단체장들은 현안 정면 돌파를 위한 강경 투쟁을 고수하며 대의원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여진다.

어떤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지 단정하기 이르다.

분명한 점은 자신의 직을 거는 단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잠시 샛길로 빠져, 국립중앙의료원은 지금 초상집 분위기다. 전정부에서 확정된 신축 이전 병상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

전문의협의회를 중심으로 동문들도 발 벗고 나서 모병원 포함 중앙외상센터, 중앙감염병전문병원 등 1000병상 이상의 기존 계획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꿈쩍 않고 있다.

기재부는 얼마 전 열린 여당 국회의원 주최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 관련 토론회 패널에 돌연 불참하며 병상 축소를 사실상 못 박았다.

복지부는 아직 문이 닫히지 않았다고 의료원 설득에 나섰지만 여당 정책위의장조차 다른 부지 이전을 제안하며 기재부에 힘을 실은 모습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원장은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정부에서 임명된 원장을 향한 현 정부의 카운터펀치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봉직의사와 동문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에서 원장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직을 걸고 여당과 기재부, 복지부 설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원 구성원들도 공사 계획 회귀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무엇보다 리더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와 의사협회 상황을 보자.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필수 집행부는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집행부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진다면 회장직을 걸고 의사 회원들을 위한 결사항전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비상대책위원장에 거론 중인 직역 단체장들도 비대위가 아닌 자신의 직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의료계 중진 인사는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허용 판결에 이어 간호법과 의사면허법 국회 본회의 부의를 보면서 답답하다"면서 "상황이 이런대 누가 하나 자신의 직을 걸고 나서는 인사가 없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용기와 행동이 필요하다. 의사들도 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거대야당 설득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모두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의사협회 회장의 내년 상반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되는 비상대책위원장은 차기 회장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전국 13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사협회 대의원들의 냉철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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