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상식은 상대적이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보고 배운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님 여럿이 코끼리를 만지는 우화는 이미 유명하다.
지금처럼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시대가 또 있을까 싶다. 이 둘은 서로가 옳다고 치고박는 모양새다.
상식이 옳고 그름을 나눌 수 있는 종류의 것인지 의문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역시 상식은 18세까지 습득한 편견의 집합이라고 말했다.
그러함에도 굳이 상식과 비상식을 나누는 이유는 그 중간지대에서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함일 것이다. 법이 사회적 합의를 표방하는 이유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보면 우리나라 정치가 사회적 합의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의료계로 보면 간호법이 그렇다.
해당 법안이 옳은지 그른지를 차치하더라고 이해 당사자의 반대를 무시한 채 강행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간호법 이해당사자인 간호조무사들은 해당 법안으로 인한 업무영역 침탈로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학력을 고등학교로 제한하는 조항도 그대로다.
다른 직역의 업무영역도 간호에 포함되면서 응급구조사·임상병리사·사회복지사·방사선사·의료정보관리사 등 다른 소수 직역의 반발도 거세다.
의사들도 이에 가세하면서 사실상 간호사를 제외한 대부분 보건의료인이 간호법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해당 법안이 다수당에 의한 패스스트랙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황도 반발을 키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간호법이 통과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통을 호소하던 이들이 총력투쟁으로 돌아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과 야당이 서로가 상식임을 강조하는 상황이 눈에 띈다. 어느 쪽이 옳은지에는 이견이 있겠지만 상식이 대화 없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소통하고자 하는 쪽이 상식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사태가 총력투쟁이 아닌 대화로 마무리되길 희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