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초대석]김재진 대한디지털치료학회장
"광범위한 적응증에 개발 중…임상의 주요 화두될 것"
"광범위한 적응증에 대해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수 년 내 임상의 주요 화두로 자리잡을 것으로 봅니다."
15일 불면증 개선을 위한 디지털치료기기(Somzz 솜즈)가 국내에서 최초 허가되면서 임상 현장의 치료 패턴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솜즈는 불면증 개선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인지치료 소프트웨어로 불면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인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했다.
디지털치료기기 허용으로 그간 수가 적용 및 의료인력,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등 인지행동 치료 시행의 걸림돌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임상 전문가들의 평.
불면증을 시작으로 다양한 적응증과 치료법이 디지털치료기기로 개발되고 있는 만큼 약제 처방 일변도에 변화의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막 걸음마를 뗀 디지털치료기기의 임상 활용성은 어떻게 될까. 김재진 대한디지털치료학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장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임상 활용을 위한 전제 조건 및 처방 확대를 위한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솜즈는 불면증 개선과 관련해 ▲수면 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을 6~9주간 수행함으로써 수면의 효율을 높여 환자의 불면증을 개선하는 원리다.
아직은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들 역시 아직은 디지털치료기기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불면증에 약제 처방이 최적의 수단이 아니냐는 것.
김 회장은 "앱으로 불면증을 치료한다고 하면 약제 대비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며 "문제는 불면증은 개인별 증상과 패턴이 워낙 다양해 약제만으로 해결하기 버거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환자들의 약제 거부감에 대한 허들이 있다"며 "한번 약을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거나, 중독이나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치료를 주저하는 역효과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면증이 만성화된 사람들은 시중에 퍼진 여러가지 방법들을 시행해 보지만 대부분은 효과가 없다"며 "약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다면 디지털치료기기만큼 좋은 대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치료기기 자체를 약제에 우선하거나 약제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기기의 도움으로 약의 용량을 줄일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오남용의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효용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
특히 잘못된 습관이 불면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인지행동 치료는 약제 대비 보다 근본적인 원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회장은 "식이장애나 불안증 등의 적응증에 인지행동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지만 그간 임상 현장은 이를 적용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며 "불면증 역시 불면증을 유발하는 특정 행동 패턴, 나쁜 습관들이 있지만 이에 대한 인지행동 치료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습관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일회성으로 그쳐선 안 되고 주기적인 병원 방문이 필요한데 환자들은 번거로움 때문에 꺼리게 된다"며 "병원 입장에서도 수가가 안 나오는 행위에 무작정 치료 인력, 자원을 투자하기 어려워 국내 현실에서 인지행동 치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인지행동 치료는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시행되지 않았다"며 "솜즈처럼 앱으로 구현을 하면 환자들이 생활하며 앱을 계속 이용하기 때문에 활용성 및 접근성이 상당할 수밖에 없고, 불면증뿐만 아니라 다른 적응증에도 적용,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불면증 등 5종이 현재 디지털치료기기로 개발중에 있다. 올해는 ADHD, 섭식장애 적응증을 포함해 2027년까지 8종이 추가 개발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현재 정신과 분야에선 우울증, 불안증, 식이장애, 자폐증이 디지털치료기기로 개발되고 있고 신체질환 쪽에서도 당뇨나 고혈압, 치매 환자들을 위한 인지 재활까지 다양하다"며 "국내에선 첫 허가였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5년 전에부터 개발돼 상용화됐고, 유럽도 이미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도 먼저 상용화됐을 뿐이지 보편화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국내의 고도화된 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개발이 잘 이뤄지면 충분히 시장을 키우고 리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광범위한 분야에서 진행되는 개발 열기를 볼 때 디지털치료기기는 수 년 내 임상의 화두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고 말했다.
좋은 기술도 사용하지 않으면 사장된다. 임상 현장에서 디지털치료기기 처방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김 회장은 "이제 막 첫 품목허가 사례가 나왔지만 그간 규제당국의 임상·허가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등 국제 규제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지원이 많았다"며 "디지털치료기기가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되지 않아 향후 얼마나 대중화될지는 미지수인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이 커지려면 앱 마켓처럼 다양한 적응증에 여러 기능으로 경쟁하는 디지털치료기기 생태계가 구축이 돼야 한다"며 "대중들은 약물 임상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비가 얼마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약제 임상 대비 적을 뿐, 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엔 부담이 되는 액수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앱의 형태라고 해도 임상적으로 환자의 상태 개선을 증명해야 하는 엄격한 절차가 수반된다. 솜즈 역시 사용 전과 사용 후 '불면증 심각도 평가척도'를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확인한 바 있다.
그는 "기기 개발 및 임상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의 자문도 많이 필요한데 솜즈 역시 정신건강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기기위원회를 통해 자문 과정을 거쳤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디지털치료기기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개발비나 임상 진행 비용 등을 지원하고 향후 긍정적인 데이터가 누적되면 처방 시장은 자연스레 커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