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릭스 '가격' 허들 속 대안 꼽힌 조스타박스 마저 '품절'
"합리적 가격‧공급문제 없다" SK바이오 스카이조스터 홍보
코로나 대유행 이후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던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의 회복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시장을 둘러싼 주요 제약사들의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란 기대 속에 등장한 싱그릭스가 좀처럼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 속에 경쟁품목인 조스타박스 마저 '품절'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확인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사 제품 홍보전에 열을 올리며 백신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2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병‧의원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GSK 싱그릭스를 필두로 MSD 조스타박스,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애초 지난해 12월 싱그릭스가 출시될 때만 해도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 2파전 양상이었던 대상포진 백신 시장 판도를 단숨에 싱그릭스 위주로 바꿀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5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90% 이상의 예방률(항체생성률)을 보인다는 점에서 경쟁제품들보다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그릭스가 병‧의원 시장에 출시된 지 두 달이 지난 현재 임상현장에서는 좀처럼 접종을 원하는 환자가 많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싱그릭스가 '고가'인 점이 허들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메디칼타임즈 취재 결과, 병‧의원에서 싱그릭스의 1회 접종가는 25~30만원으로 형성 되고 있다. 2회 접종인 점을 고려한다면 50~60만원 사이로 접종가격이 분포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서 인지 싱그릭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가인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가 오히려 코로나 엔데믹 전환 후 호재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대한내과의사회 곽경근 총무부회장은 "최근 GSK가 펼치고 있는 TV 광고로 인해 대상포진 백신을 문의하는 환자가 늘어나긴 했다"며 "대상포진 백신 별 항체 생성률을 비교해 설명하지만, 가격적 측면에서 싱그릭스는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리어 TV 광고로 대상포진 백신을 문의하다 조스터박스나 스카이조스터를 간혈적으로 접종받는 환자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싱그릭스의 경쟁품목으로 꼽혔던 MSD의 조스타박스 마저 품절되며 병‧의원에 공급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조스타박스의 국내 영업‧마케팅은 HK이노엔이 펼치고 있는데, 제약업계에서는 3월 말은 돼야 백신 공급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김주한 의무이사는 "싱그릭스도 접종자가 많지 않지만, 지자체에서 대상포진 백신 사업을 벌이면서 조스타박스 물량마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3파전인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두 제품이 각기 다른 이유로 차질이 빚어지자 스카이조스터를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산백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임상적 안전성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다고 강조하는 한편, 조스타박스와 달리 스카이조스터의 품절 문제 또한 없을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스카이조스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판매량 기준 54%로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 1위를 달성했다는 것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설명이다. 다만, 아이큐비아 기준 판매량이 아닌 매출로는 스카이조스터는 197억원, 조스타박스는 223억원으로 차이가 존재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내에 글로벌 제약사의 재조합 백신이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점유율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스카이조스터는 안전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경쟁력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며 "생산과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48만 명이던 대상포진 환자가 10년 만에 72만 명으로 약 1.5배로 늘었다.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국내서도 지자체 중심으로 대상포진 백신 지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