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약평위, 성과 기준 환급안 설정 논의 끝 비급여 '후문'
노바티스 재도전 의사…임상현장 "급여 시 시스템 마련도 필요"
한국노바티스의 망막색소변성(RP)을 비롯한 유전성망막질환(IRD, Inherited Retinal Dystrophy) 최초의 원샷 유전자치료제인 '럭스터나(보레티진 네파보벡)'가 건강보험심사평원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제약사인 노바티스는 급여 재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향후 쟁점은 '치료 성과에 따른 보상기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동시에 안과계에서는 럭스터나 급여 적용 시 치료제 투여를 위한 시술 시스템 마련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6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3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노바티스 럭스터나를 '비급여'로 결정했다.
지난해 킴리아와 졸겐스마에 이어 또 하나의 원샷 치료제인 동시에 9억 5000만원의 약값으로 '초고가'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럭스터나는 IRD 발생원인 중 하나인 결핍, 결함이 있는 RPE65 유전자를 단 1회 투여만으로 정상 유전자로 대체해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RD는 망막 시세포 구조와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시각 손실이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약 20가지 이상 다양한 안과 질환을 포함하며 300여개 원인 유전자가 있다.
RPE65 유전자 변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IRD는 눈에 들어온 시각 정보를 신경 신호로 변환하고 뇌로 전달하는 망막 내 시각 회로(visual cycle)에 이상이 생긴다. RPE65 유전자 돌연변이로 시각 회로에 필수적인 RPE65 단백질이 감소, 망막세포가 파괴되면서 시야가 점차 좁아지다가 결국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즉 럭스터나 투여 시 문제된 RPE65 유전자를 대체해 시력과 시야 등을 유지시켜준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럭스터나 급여 적용을 두고서 초고가 치료제인 만큼 졸겐스마와 마찬가지로 성과관리에 따른 위험분담제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졸겐스마는 지난해 급여 적용 시 일정 금액(CAP)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 금액을 환급하는 총액제한형과 함께 환자별 치료성과를 추적 관찰해 치료 실패 시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약사가 환급하는 일명 '환자 단위 성과기반 환급형' 계약을 체결 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럭스터나도 치료제 투여에 따른 성과 관리형 기준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당 '기준' 설정이 향후 쟁점이 될 것이란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졸겐스마와 마찬가지로 초고가 치료제로 분류되기에 성과관리에 따른 위험분담제 적용이 추진 될 것"이라며 "결국 치료 성과 관리에 따른 환급형 계약이 졸겐스마와 마찬가지로 논의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치료의 기준' 설정을 놓고 쟁점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치료제 투여로 기존 시력과 시야를 유지시켜주는 것을 치료 성과로 봐야하는지와 함께 향후 추가 투여 시 급여 적용 여부 등 치료 성과 관리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며 "이를 이유로 심평원 약평위에서 비급여로 평가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노바티스의 경우도 약평위 '비급여' 판정에도 불구하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며 향후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심평원과 회사 양측 모두 럭스터나의 급여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며 "회사에서도 럭스터나 급여 등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급여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비급여 판정을 받게 됐다. 지속적으로 럭스터나 급여 등재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럭스터나의 급여 적용 논의가 구체화되자 안과계에서도 향후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킴리아와 졸겐스마와 마찬가지로 급여 적용에 따른 치료제 투여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노바티스 측이 지난해부터 주요 상급종합병원 안과 교수진을 대상으로 럭스터나의 급여 적용에 따른 활용 가능성에 대해 문의해왔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럭스터나가 국내 의료현장에 도입될 경우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할 것 같다. 지난해부터 이미 노바티스 측에서 활용 여부를 찾아와 묻기도 했다"며 "문제는 급여 적용이 된다고 했을 때에서 의료기술 적으로 단순하게 투여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니라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졸겐스마와 마찬가지로 10억원에 가까운 초고가 치료제로 불리는 탓에 의료진의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안과학회 임원을 지낸 또 다른 B대학병원 교수는 "망막 밑에 치료제를 주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시세포 바닥에 있는 RP에 정확하게 치료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망막단층촬영기(OCT)가 부착된 기기를 활용해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한데 해당 기기도 6억원 안팎"이라며 "자칫 엉뚱한 곳에 치료제를 투여했다가는 고가 치료제이기에 책임 소재가 문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럭스터나가 도입될 경우 초기 치료제 투여를 위한 수술을 진행할 시 노바티스 측에서 숙련된 의료인이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치료제 비용 또한 양안 치료 시 9억 5000만원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성과 평가를 위해서는 한쪽 눈만 치료제를 투여해 비교해야 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치료제 가격 설정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