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남성 HPV 백신 비용효과성 뚜껑 열어보니 '낮음'

발행날짜: 2023-03-21 05:30:00
  • 보건의료연구원, 연구용역 보고서 "비용효과적이지 않음" 결론
    질병청, 3~4월중 후속연구 돌입…남성 대상 확대 사업 의지 밝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남성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백신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NIP)이 비용효과성이 낮다는 연구보고서 나와 정책의 향방이 주목된다.

20일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번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됨에 따라 남성까지 확대하려던 HPV백신 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질병관리청이 보건의료연구원에 정책연구용역을 의뢰한 'HP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NIP) 확대를 위한 비용-효과 분석' 최종결과 보고서에서 경제성평가 결과 모든 분석 시나리오가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연구원은 질병청이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 NIP 에 남성 HPV백신을 확대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는 현재 NIP 진행 중인 12세 여아 대상 9가 백신 접종 (시나리오 A)대비 12세 남녀 대상 9가 백신접종(시나리오 B)과 현행 NIP에 12세 남아 대상 4가 백신접종 추가(시나리오 C)에 대한 비용효과성을 파악하고자 실시한 것.

정부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HPV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을 도입해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2가 혹은 4가 백신을 무료접종을 진행 중이다.

해당 보고서에선 현재 HPV 국가예방접종 대상인 여아 12세이상 2가, 4가 백신접종 대비 여아 12세 9가 백신접종(시나리오 A)과 남녀 12세 9가 백신접종(시나리오 B), 현행 프로그램에 남아 12세 4가 백신접종 추가(시나리오 C)해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출된 ICUR(점증적 비용-효용비)은 비용-효과성 임계값이 4000만원인 것을 고려할 때 비용-효과적이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는 HPV백신 접종 대상을 남성까지 확대하는 것이 긍정적이 않다는 결론이다.

다만, 연구자는 보고서에서 HPV백신 접종에 따른 남성대상 편익이 모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다는 한계를 언급했다.

HPV 관련 질병 중 자궁경부암과 그 전 단계가 질병부담에 차지하는 비중이 기타 질환(구인두암, 편도암, 항문암, 성기암, 성기사마귀 등)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여아 접종률에 따라 남아 대상 HPV 백신접종의 비용효과성이 일관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여아의 접종률이 높은 경우는 남아 접종률이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번 연구보고서 결과를 백신접종 정책에 어떻게 적용할까.

질병관리청 권근용 과장(예방접종관리팀장)은 전화인터뷰를 통해 "연구 시나리오를 좀더 보완하고, 변수도 추가적으로 검토해 후속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3~4월중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는 비용효과성이 낮았지만 이번 연구용역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학계에서도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고,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후속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 과장은 비용효과성을 확인할 때까지 연구용역을 진행함으로써 NIP사업에 남성까지 HPV백신 접종을 확대,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에 따르면 유럽 등 해외에서도 경제성평가 결과는 낮았지만 정책적으로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HPV감염시 정자 활성도가 낮아져 불임에 영향을 주고, 이는 곧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성평가로 확인이 어렵지만,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OECD국가 중 절반이상이 남성 대상 접종을 추가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더라. 당장 비용대비 편익이 높지 않지만 측정할 수 없는 국민적 편익도 분명히 있다. 그런 이유로 정부에서도 시나리오를 다각화해서 후속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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