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가정의학회, 일차의료포럼에서 실제 편익 분석 공개
"필수 의료에 매몰말고 예방 의학 차원에서 접근해야"
주치의제의 실제 편익을 분석한 결과가 공개됐다. 주치의제는 신체 활동의 17% 증가, 예방접종 36% 증가 등 실질적인 건강관리에 편익을 가진다는 것.
고령층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인해 의학이 패러다임이 질병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주치의제가 이에 부합하는 최적의 효용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2일 대한가정의학회는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제2회 일차의료포럼을 개최하고 '일차의료 필수 의료인가, 비필수 의료인가'를 주제로 주치의제의 효용성을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가정의학회는 정부 지원의 우선순위가 중증, 응급, 소아 등 중증필수의료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일차의료는 소외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포럼을 마련했다.
임형석 광주의료사회복지조합 원장(우리동네의원)은 '주치의의 편익 효과 분석' 발표를 통해 가정의학회의 제도 도입 취지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주치의제는 환자와 환자 가족, 지역 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건강 문제들을 예방, 치료,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환자가 처음 만나는 의료진이며 지속성, 치료 조정 기능을 갖는다는 점에서 주치의제는 보건의료 자원을 알맞게 조정하는 역할도 함께 갖고 있다.
임 원장은 "상용치료원은 건강에 대한 상담이 필요할 때 주로 방문하는 의사 또는 특정 의료기관을 뜻한다"며 "새로운 건강 문제에 대한 최초 접촉, 치료, 예방, 연계를 포괄하는 등 다양한 일차의료 제공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치의제 개념에 근접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용치료원에 관련된 연구는 해외에서 고도화됐고,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상용치료원 보유가 중노년층의 건강행동에 미치는 영향, 상용치료원 유무와 의사-환자 커뮤니케이션, 노년기 상용치료원 보유의 효과 분석 등 다양한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연구 결과들을 보면 상용치료원이 있을 경우 환자와 의사간 대화 시간이 늘어나고 노년기에 의료비가 감소하고 건강에 긍정적인 측면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왔다"며 "문제는 이런 편익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상용치료원(자주 방문하는 의료기관 여부로 측정) 보유율은 2018년 기준 23%에 그치는 등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주치의 보유 비율이 80~90%대에 이르고 있지만 국내에서 기능적 일차의료 주치의가 있는 국민은 전체의 29.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임 원장은 상용치료원(주치의)의 편익 연구를 진행, 주치의 보유 여부가 건강행태, 예방적 건강관리, 미충족의료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 자료는 2012년, 2013년, 2016~2018년 한국의료패널조사 자료 및 만 18세 이상 성인가구원 1만 7613명 6만 3623건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해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수행했다.
임 원장은 "주치의의 개체 간 효과를 분석한 결과 주치의가 있을 경우 미보유자 대비 예방접종 및 예방관리 비율이 36% 증가, 흡연이 37% 감소, 신체활동이 17% 증가하는 등 효용이 관찰됐다"며 "주치의를 보유한 사람은 주 150분 이상 중강도 이상 운동 실천율이 높고 미충족의료를 더 적게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개인이 주치의를 보유하지 않다가 주치의를 보유하게 되면 건강검진을 더 많이 받게 된다"며 "역시 주 150분 이상 중강도 이상 운동 실천율이 올라가고 미충족의료를 더 적게 경험한다"고 말했다.
미충족의료는 의료이용자에 의해 주관적으로 인식되거나 의료전문가에 의해 객관적으로 판단된 의료적 필요가 적절하게 충족되지 못할 때로 정의된다.
미충족의료가 발생하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게 돼 질병의 중증도를 높이고 합병증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주치의제는 적절한 개입을 통해 질병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임 원장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국내 미충족의료는 2007년 22%에서 2017년 8.8%로 줄었다"며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는 2008년 13.5%에서 2017년 10.6%로 줄었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와는 상대적인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 유럽 28개국 16세 이상 인구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 평균 추정치를 조사한 결과 이는 2.6%에 그쳤다"며 "국내 미충족의료 감소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및 본인부담상한제 등이 작용했지만 미충족의료 경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선 보장성 강화 이외에도 여러 단계의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접근성이 실제 강화되려면 건강보험과 같은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상용치료원과 같은 구조적 측면의 접근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주치의제가 질병 이전 단계부터 질병 이후 단계인 미충족의료에까지 포괄적인 편익을 보이기 때문에 중증질환으로 인한 회피가능한 사망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강재헌 가정의학회 정책이사(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는 "질병의 치료의 패러다임이 예방의학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중증필수의료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용치료원이 됐든, 기능적 1차 의료의원이 됐든 이 역할을 맡는 곳의 비율이 늘어나야 보장성과 예방의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