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파치료 유효성 논란에 해외 석학들의 견해는?

발행날짜: 2023-03-28 05:30:00 수정: 2023-03-28 09:17:21
  • 세계학회 "연구서 충격파치료 구별 없어…전문가 미참여 아쉬워"
    연구 필요성에는 공감대 형성…"임상경험 통계적으로 증명해야"

보험업계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보고서를 인용해 체외충격파치료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의료기술 재평가의 일환으로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충격파치료의 유효성을 다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응증이 관찰되는 질환도 이를 입증할 문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거 불충분 등급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국내 학계에서 논란이 이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충격파치료 불충분 판단에 해외학계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보험사들은 가입자에게 "불충분 등급을 받은 질환들은 권고하기 어렵다"는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이를 '권고하지 않음' 등급과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해외학회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이 연구에서 채택된 논문 중에는 충격파치료 체계가 정립되기 이전 내용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논문은 효과를 관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충격파치료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유효성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연구 과정에서 충격파치료 종류를 세분화하지 않은 것도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다만 충격파치료 관련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인정하며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엔 뜻을 같이 했다.

세계충격파치료학회 볼프강 샤덴 회장

이와 관련 세계충격파치료학회 볼프강 샤덴 회장은 "그동안 우리는 기초 연구를 통해 다양한 적응증에서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충격파치료 체계를 마련했다"며 "그럼에도 이 연구에선 학회들이 권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충격파치료를 적용해 놓고 큰 효과가 없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반복적으로 인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모순된 증거를 사용한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오는 7월 한국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학술대회서 증거 기반 연구를 통한 충격파치료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세계충격파치료학회 호세 아이드 사무총장은 해외에서 충격파치료가 보편적인 치료방식으로 자리 잡은 상황을 조명했다.

그는 "충격파치료는 많은 국가에서 근골격계질환 치료를 위해 수십 년 동안 적용해 왔다. 2001년 이후 특정 장애에 대한 FDA 승인까지 이뤄져 환자에게 탁월한 치료 도구임이 입증됐다"며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충격파치료가 공식 의료 절차로 규정돼 있으며 특히 오스트리아에서는 외과적 시술 전 1차 선택 치료법이다. 이는 비침습적이고 저비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충격파치료학회 호세 아이드 사무총장

다만 호세 아이드 사무총장은 NECA 연구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일부 질환에선 충격파치료 효과를 입증할 강력한 증거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는 것. 하지만 이 역시 세부 질환이나 치료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NECA 보고서의 일부 내용은 우리가 인정한 적응증과 일치하기는 한다. 일례로 비석회성 회전근개 건병증 적응증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없다"며 "하지만 1차 선택 치료에서 고에너지 초점 충격파기술이 적용하는 것은 유효하며 이를 입증할 증거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라틴아메리카충격파치료학회 다니엘 모야 회장 역시 관련 문헌이 충분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충격파치료가 무효한 것은 아니며, NECA의 연구 방식은 그 유효성을 입증하기엔 부족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평가방식으로 본다면 수술을 포함한 다른 치료 방식 역시 강력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관련 연구에 충격파치료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은 것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다니엘 모야 회장은 "NECA가 내놓은 결론에는 동의한다. 높은 수준의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충격파치료 징후가 많은 것은 맞다"며 하지만 "회전근개 석회화건염, 족저근막염 등 양질의 논문을 바탕으로 추천도가 높은 적응증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렇게 따지면 수술을 포함한 다른 치료 방법에서도 강력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라틴아메리카충격파치료학회 다니엘 모야 회장

그는 NECA 연구가 충격파치료 유형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들어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충격파치료기기는 방사형 방식과 집중형 방식으로 나뉘는데 충격파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달라 적응증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NECA 연구는 이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

다니엘 모야 회장은 "NECA는 충격파치료에서 방사형 방식과 집중형 방식을 구별하지 않고 동일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둘의 효능은 다르다"며 "일례로 회전근개의 석회화된 건병증을 치료할 때가 그러한데 이런 혼란을 피하기 위해선 NECA 연구에 충격파치료 전문가가 참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보고서가 환자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학계가 먼저 임상 경험을 통계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다니엘 모야 회장은 "이 같은 공공기관 보고서는 항상 우려의 원인이 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특정 치료를 불신하고 전문가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다만 이는 과학적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는 자극제이기도 하다"라며 "그동안 많은 학회들이 양질의 증거를 생성하기보다는 적응증을 확장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우리는 이를 활용해 일상적인 임상 경험을 통계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츠버그대학 오모다니 도오루 전 교수

유소년 충격파치료 연구 권위자인 피츠버그대학 오모다니 도오루 전 교수도 이 같은 의견과 뜻을 같이했다.

그는 "NECA가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여러 사례에 일반적으로 동의한다. 수술을 포함한 대체치료 방법에 설득력 있는 증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충격파치료는 꽤 오랫동안 임상에서 확립됐기 때문에 이런 논란은 거의 없었다. 특히 이 연구는 충격파치료 기술에 대한 구분이 부족한데 이는 충격파치료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아 생긴 실수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본에서 충격파치료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도 전했다. 현재 일본에선 난치성 족저근막염에 대한 집중형 방식의 충격파치료만 보험적용대상이고 나머지는 각 의료기관의 판단에 따라 시행된다. 하지만 그 효과가 널리 인정돼 많은 의료기관이 시행하게 되면서 보험적용 범위를 확대하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장이 직면한 주요 과제는 엄격한 통계 분석을 통해 일상적인 임상 경험을 검증해 이 치료 양식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이 같은 보고서가 나오는 것은 논란의 원인이 되지만 이를 인식하고 관련 연구와 실습을 발전시킨다면 궁극적으로 모든 관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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