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디지털치료기기 물길부터 열어야

발행날짜: 2023-03-31 05:30:00
  • 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국내에서도 마침내 지난달 최초의 디지털치료기기(Dtx)가 탄생했다. 에임메드의 솜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려 10여개 기업들이 개발에 나선 끝에 마침내 1호 제품이 탄생하면서 산업계에서도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미 2호, 3호 후보들이 언급되고 있고 허가가 임박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제품들은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 심지어 이미 허가가 난 1호 제품도 접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보험이라는 최대 허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선별급여부터 탄력수가, 사용량 연동제까지 수많은 추측들은 난무하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이에 대한 골자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로 제시했던 기한도 어느샌가 올해 안으로 슬쩍 길어졌다. 자칫하면 1호 제품을 구경하기까지 족히 수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2호, 3호, 나아가 후속주자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당장 허가를 받는다 해도 시장에 나오기까지 시간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만에 세상에 없던 혁신 제품들이 등장하는 시대라는 점에서 이들의 고민은 하루하루 더해질 수 밖에 없다. 하루라도 먼저 시장에 들어가야 하는 시점에 발목이 잡혀 있는 이유다.

시장의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미 배는 띄웠지만 물이 들어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스레 물이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배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제 노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지만 얼마나 물이 들어올지 모르니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이미 경쟁자들은 정부가 부어주는 물을 타고 이미 세계 시장에 나서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 등에서는 수년전부터 물을 부어가며 배를 밀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 배가 조만간 우리나라까지 다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디지털에 기반한 이른바 디지털헬스케어는 의약품과 완전히 다른 체계로 움직인다.

말 그대로 신약은 그 존재만으로 가치를 인정받지만 디지털치료기기는 진화의 산물이다. 의사와 환자, 기업이 유기적으로 그 경험을 축적해가며 하루하루 더 진화한 모델을 만들어 가는 유기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치료기기의 경쟁력은 바로 그 진화에서 나온다. 같은 모델을 내놓는다 해도 누가 더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빠르게 진화하느냐가 경쟁력이 된다는 의미다. 그것이 또한 디지털이 갖는 힘이다.

그렇기에 이미 만들어진 배는 빠르게 물길을 열어 시장에 내보내야 한다. 이미 전 세계를 항해하는 배들이 즐비한 시점에 행정적 이유로 배를 띄워보지도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바다로 나가기도 전에 배가 썩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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