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수술은 비용효과적인 재정 절감책…지원 늘려야"

발행날짜: 2023-04-17 05:20:00
  • 학회초대석 한상문 비만대사수술위원회 이사(서울의료원 외과)
    "2019년 보험 적용에도 수술 인구 정체…정부 나서야"

작년 말 미국국립보건원(NIH)이 비만수술 지침을 30년만에 개정하며 BMI가 35kg/㎡ 이상이면 동반 질환의 유무나 중증도에 관계없이 수술을 권장했다. BMI 40kg/㎡으로 설정된 기존 기준을 낮춰 수술 대상자의 폭을 넓힌 것.

미국소아과학회 역시 이같은 흐름에 동조하고 나섰다. 올해 초 비만 아동 및 청소년의 평가 및 치료를 위한 임상진료지침 개정을 통해 12세 이상 소아청소년에게 체중 감량 약제 처방 권고 및 13세 이상부터 비만수술 허용으로 초기 적극 개입을 주문했다.

비만의 유병률이 길어질수록 대사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대사질환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합병증으로 인한 개인 건강 악화 및 치료 비용,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초기 적극적인 개입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 적극적인 치료는 사회적으로도, 비만 환자 개인에게도 모두 효용으로 작용한다는 논리다.

국내는 어떨까. 비만수술이 2019년 급여화됐지만 임상 현장에선 '숨어있는 환자'들이 수술을 꺼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보험 적용에도 불구하고 비만수술이 정체현상을 빚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만에 대한 적극 대응의 수단으로써 수술 활성화의 방법은 무엇일까. 한상문 비만대사수술위원회 이사(서울의료원 외과)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비만수술에 대한 기준 완화가 눈에 띈다. 비만수술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았던 만큼 이제서야 근거의 축적 및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상문 이사는 "1991년도의 NIH 비만수술 지침은 수술 적용 기준으로 BMI 40을, 동반질환이 있을 때는 BMI 35를 제시했었다"며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이를 각각 35, 30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한상문 비만대사수술위원회 이사

그는 "지침 변화의 원동력은 임상적 근거의 축적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BMI 30~35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적 치료를 했을 때의 체중, 예후 변화에 대한 임상 연구 논문이 2010년도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실제 효과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BMI 30 이상 대사질환 관련 합병증 보유자에 수술을 할 경우 동반질환이 개선, 치료되는 것이 데이터로 나타났다"며 "과거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을 치료해도 예후가 좋지 못했던 것은 현상에만 집중했을 뿐 해당 질환 발병의 기저에 자리잡은 체중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고혈압, 당뇨 약제를 복용하는 것으론 본질적인 환자 상태 개선이나 치료는 요원하다는 것. 반면 체중 감소로 심혈관계 위험도가 줄어든다는 확실한 데이터가 축적된 까닭에 체중 감소를 주 타겟으로 한 비만수술이 구원투수로 등극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 이사는 "비만 상태가 상당히 고도화된 BMI 40 이후 수술을 하는 것보다 30 이상에서 적용해 체중 감량 및 생활습관 교정을 조속히 시행해야 비용 대비 효과가 커진다"며 "비만으로 인한 당뇨, 고혈압 발생 시 연간 약제비로 수백, 수천억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술은 단기적으로 비싸 보일 순 있지만 장지적인 관점에선 가장 싸고 확실한 대사질환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비만수술의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임상 현장의 분위기는 기대감과는 사뭇 다르다. 보험 적용 후 연간 1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비만수술 건수는 고작 2300건 안팎에 머물고 있기 때문. 2019년 2148건, 2020년 2283건, 2021년 2298건으로 소폭 상승했을 뿐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숨어있는 환자'들이 수술에 소극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 이사는 "학회가 추산했을 당시 2019년 한국의 고도 비만 인구는 5%를 넘기 때문에 연간 비만수술 인구는 1만명을 적정 수준으로 봤지만 실제 수술 환자는 1/5 수준에 그친다"며 "여러 요인들을 분석한 결과 주원인은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1차적이고, 이후 수술 이후 체중 감소를 유지시킬 지속 치료 지원의 부재 등이 꼽힌다"고 말했다.

그는 "학회에서도 홍보활동에 팔을 걷고 있지만 기대만큼 환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며 "2300만명 인구의 대만의 경우 연간 수술 건수가 3천건에 달하고 한국 대비 대만 정부의 비만 대응 정책이 그렇게 활성화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두 배 인구인 한국은 최소 6천건의 수술이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차적으로는 수술이라는 방법론에 대한 거부감이 커 지속적인 캠페인 및 누적 수술 환자 수 증가를 통한 사회 인식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며 "이어 정부의 수술 지원이 1회성에 그치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22년 대한비만학회의 의료진 대상 설문조사 결과 비만 진료에 대한 중요성 및 치료 지속성의 필요성의 인식은 높은 반면 치료 경험 및 적극성은 낮게 나왔다. 응답자들은 주로 긴 진료 시간에 상응하는 의료 상담 수가 미적용 및 비만 치료제 비급여, 운동 상담의 교육 수가 미적용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1회성으로 비만수술로 비만 문제가 종료되는 것이 아닌, 약제 혹은 추가 수술로 지속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추가 약제 급여화가 시급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해외의 지침 변화가 국내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한 이사는 "비만학회 진료지침은 이미 2019년부터 BMI 35이거나, 동반 질환을 보유한 경우 BMI 30에도 수술치료를 고려하라고 제시했다"며 "최근 미국 학회, 기관에서 BMI 기준을 완화한 것보다도 선제적으로 대한비만학회는 움직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제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BMI 27.5에 동반 질환 보유자에 대한 비만수술 예후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경향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최소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5년 정도에 데이터 분석이 들어갈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수술 기준이 27.5로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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