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간호법 중재안 엇박자…교육부 "전문대 간무과 반대"

발행날짜: 2023-04-21 05:20:00
  • 여당 중재안 협의 중인데 정부 부처에선 "과잉학력 야기" 우려
    간무협 "간호법은 의료비 폭증…간호 질 향상 막는 꼴" 발끈

간호법 쟁점을 둘러싸고 여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간호법에 전문대 간호조무과를 포함시켰지만 교육부는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19일 '간호법 제정 관련, 직업계고교 쟁점 사항 보고'를 내고 전문대 비간호과로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을 확대하는 간호법 중재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가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에 반대 입장을 내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직업계고 및 민간학원 등에서 간무사를 양성하는 현행 방식이 고졸 취업을 확대‧유도하는 정책기조 및 직무수준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청년층 조기 입직 ▲대입경쟁 완화 등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

또 교육부는 고졸 직무 수준을 그대로 둔 채 대졸자를 양성할 시, 여러 문제가 발생해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직업계고와 동일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여당에 반대 입장 낸 교육부…"간무사는 고졸이 적합"

간무사는 고졸자에 적합한 업무로 이를 전문대학에서 양성하는 것은 ▲대학 진학에 따른 기회비용 발생 ▲입직연령 확대 ▲과잉학력 ▲직종내 학력차별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간호조무사 자격을 고졸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의료계 주장과 관련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미 전문대학‧대학 간호학과 등을 통해서 간호조무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전문대 간호조무과에 대한 유관단체 반발로 교육개혁과제 추진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여당의 간호법 중재안은 간호법에 가장 반발이 큰 간무사들을 달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숙원사업인 학력 제한 폐지 조항을 추가한 것이지만, 직업계고·전문대간호학과·간호학원 등이 이에 반발하면서 관련 갈등이 교육계로 확대됐다는 게 교육부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간호법 중재안을 마련하고 여·야 및 정부 합의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 부처가 이에 반기를 들면서 관련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전경

■반발하는 간무계…"교육부는 반대할 권한 없어"

간무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상 전문대에서 과를 개설할 수 있는 법적 자유가 있는데, 정부 부처가 나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반대 이유와 관련해서도, 졸업생에게 시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의료법 조항이 문제인 만큼 교육부는 반대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역시 교육부 발표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의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에 반대하는 간호·학원계를 향해 전문대 간호사야말로 실효성 있는 돌봄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급증 상황에선 고임금자의 업무 범위를 넓히는 것보다 저임금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평균 연봉은 2803만 원으로 전체 보건의료인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간호사 평균 임금은 4744만 원으로 69% 높다.

간무협은 전문대 학력으로 간무사 임금이 10~20%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더해도 여전히 간호사 연봉이 41% 높다. 고임금 노동자인 간호사를 부모 돌봄 명목으로 지역사회에 보내는 것은 의료비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와 관련 간무협 전동환 기획실장은 "동네 의원 간호 인력의 80%가 간무사고 요양병원에서도 상당수가 근무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만성질환 관리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선 이들의 역량을 높여야 하고 이는 학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간호계가 주장하는 지역사회만 봐도 간무사는 1만5000명이 있고 간호사는 4000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요양시설에선 촉탁의 지도 하에 사실상 간무사가 간호사 역할을 대신하는 상황이다. 정작 간호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간호에 소홀한 상황에서 지역사회를 주장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특히 여기엔 이미 요양보호사 등 적합한 직역이 있다. 결국, 간호계 주장은 의사가 부족한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국회 소통관 간호법 저지 기자회견 현장

■의료계도 규탄행렬 동참…"간호 질 향상 막지 마라"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도 간무협과 뜻을 같이했다. 특히 ▲대한방사선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대표자들은 이날 간무협 기자회견에 전문대 간무과 지지 영상을 전하기도 했다.

의대 증원 압박 및 응급구조사 정원 제한 해제 등 보건의료종사자에 대한 교육부 간섭이 계속됐던 것이 반발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는 "간무사가 학력과 관련된 공부를 더 해 역량을 높이겠다는 부분은 환영해야 한다. 그동안 학력 제한 철폐와 관련해 간무협만 입장을 내왔는데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연대 차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며 "이를 간호법 투쟁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데 서로가 동의했으며 가능한 협력적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주인 의사들도 간무사 전문대 양성에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한 임금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간호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엔 공감한다는 설명이다.

병·의원 간호사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비슷한 역량을 가진 전문대 간무사가 보다 낮은 임금으로 일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간무사가 전문대를 나온다고 해서 업무 영역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위생·술기·보조적인 부분에서 훨씬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며 "교육 내용이 다변화되고 많아지면서 기초 지식 및 최신 지견을 습득하게 되면 의사들도 지도에 공연한 노력을 쏟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학원 교육은 질 관리가 어려워 수준이 천차만별인 문제가 있었는데 교육이 강화되면 개별 인력 간의 격차가 상향 평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간호의 질 간과한 간호법…"새 방법 고민해야"

대한의사협회는 아직 관련 회원 민의를 수렴하지 못해 찬반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술의 발달로 교육의 연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간호법이 간호의 질을 간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의료의 질에서 중요한 부분이 간호의 질이다. 하지만 간호법에선 관련 내용이 전혀 구체화되지 않았다"며 "기존에 간호의 질이 태움으로 유지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시대가 바뀐 만큼 대한간호협회는 요즘 세대에 맞게 직무 역량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간협은 이런 직무 역량을 방임하고 있고 오히려 잘못된 위계 문화로 간호사들이 의사의 처방에 반론을 제기하는 환경까지 조성되고 있다"며 "간호법도 그 연장선으로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다. 간호법 대신 긴장도가 높은 의료 환경에서 젊은 세대의 문화에 맞게 직무 역량을 향상할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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