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이 Chat GPT와 다른데요?"

이승준 학생(제주의대)
발행날짜: 2023-05-15 05:00:00 수정: 2023-05-16 11:00:21
  • 이승준 학생(제주의대 본과 1학년)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께선 우리에게 연습 문제를 나눠 주셨다.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답을 맞혔다. 그중 친구 한 명이 이 문제가 오늘 수업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떠들었다. 문제 풀이가 끝나자 교수님께서 이 문제의 출처를 알려주셨다.

"이 문제는 수업 들어오기 직전, Chat GPT를 통해 만든 문제입니다."

Chat GPT가 그 친구의 말대로 수업 내용의 핵심만 꼽은 것이었다!

Chat GPT가 나온 후, 우리의 공부는 달라졌다. 수업 도중에 이해를 못 하고 넘어간 내용은 바로바로 Chat GPT에게 물어본다.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모르는 게 나오면 즉시 Chat GPT를 통해 간단히 해결해 버린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여겼던 AI인데, 지금은 AI가 나를 의사로 성장시키고 있다니!

교수님께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여러분들이 의사가 될 시기에는 Chat GPT 같은 인공지능이 훨씬 발전되어 있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환자가 의사를 찾아오기 전에 자신의 증상을 인공지능 서비스에 먼저 입력하고 올 수 있어요. 그리고 만약 의사의 답변과 인공지능의 답변이 다르다면 환자는 여러분의 답변을 신뢰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어요."

이 말씀을 듣고 오늘날 바둑의 상황이 떠올랐다. 전 세계의 예상을 깨고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 대1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 후로 7년이 지난 지금 AI는 바둑에서 완벽한 교과서로 자리 잡았다. 프로 바둑 기사들조차도 AI와 똑같이 두는 연습을 통해 대회를 준비한다. 즉, 세계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두는 사람들이 자신의 판단보다는 인공지능의 판단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를 기회로 잡은 사람이 있다. 바로 중국의 리쉬안하오 9단이다. 리쉬안하오 9단은 알파고가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상급 기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바둑 AI가 등장하면서 그의 기량은 가파르게 성장하였다. 모든 대회에서 파죽지세로 승리하더니 최근엔 바둑 세계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마저 꺾었다. 만약 바둑 AI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리쉬안하오 9단은 이만큼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변화에 맞추어 그 누구보다 변화를 잘 이용해왔기에 가능한 결과일 것이다.

최근에 대한간학회 영문학술지에 Chat GPT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분석하는 연구가 게재되었다. 간암 등 간질환을 대상으로 한 164개의 개별화 질문을 Chat GPT에게 물은 후 그 답변을 전문의의 판단과 비교한 연구이다. 연구에 따르면 Chat GPT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 결정에서 압도적인 정확도와 신뢰도를 보였다.

그렇지만 지금 Chat GPT 수준으로는 아직 비의료인이 자신의 병명을 질문을 통해 알아내기가 힘들다. Chat GPT가 정확한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항목화된 개별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해 훗날 의료에 특화된 개방형 AI가 출시된다면 위에 교수님이 언급했듯이 환자가 집에서 AI를 통해 미리 병명을 생각하고 병원에 올 수 있다.

내가 이런 미래를 임상에서 현실로 마주한다면 지금의 바둑 기사들처럼 나의 판단에 혼란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여러 검사가 필요하고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자각하기 힘들기 때문에 AI의 역할이 바둑만큼 위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변화를 넋 놓고 지켜보다가는 걱정이 현실이 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바둑 AI를 모두가 이용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하여 자신의 결과로 증명했던 리쉬안하오 9단이 있듯이 AI 서비스를 활용하려는 노력을 전개해 나갈 생각이다. AI에게 날카롭게 질문하는 법과 AI의 답변을 활용해 나의 지식으로 만드는 법을 익힐 것이다. 훗날 환자가 나에게 "선생님 말이 Chat GPT와 다른데요?"라고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환자가 AI에게 물어본 질문 내용과 AI의 답변을 검토함으로써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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