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임상의학회 창립 간담회 열고 디지털·의료 융합 방점
"바이오와 융합해 정점 달한 의료…이번엔 디지털 차례"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의료와 접목되기 시작되면서 의료계에서 이를 선제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 했다. 디지털을 내세운 학회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실용', '환자'를 키워드로 차별성을 꾀하는 학회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대한디지털임상의학회가 창립학술대회 사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4차 산업혁명에서 의사가 살아남는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사, 제약사, 의료기기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컴퓨터공학 등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 다학적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디지털임상의학회는 주요 방향으로 환자에게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기술을 꼽았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기술이 여러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해야 하는 만큼, 학회 임원진을 여러 종별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로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회원 역시 의사회원 외에도 일반회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향후 학회 규모가 커지면 이를 분과로 나눠 여러 현안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기초분야에 생소한 의사들을 위해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초빙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디지털임상의학회 최동주 회장(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과)은 "본 학회는 개원의, 중소병원 원장, 대학병원 교수는 물론 산업계, 정부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여러 디지털 관련 학회들이 생겼는데 연구 중심인 이들 학회에 달리, 환자를 위해 어떤 기술을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실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창립학술대회는 실제 임상에서 어떤 기술이 쓰이고 있고, 쓸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 함께 연구하고 검증해 회원들에게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여러 전문과가 모인 대한의학회와 여러 종별 의사가 모인 대한의사협회처럼 우리 학회가 디지털과 관련해서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임상의학회는 의료계가 무분별한 디지털 기술 도입을 경계하는 것과 별개로 환자 입장에선 이미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입장으로 관점을 바꿔 이미 도입된 기술을 공부하고, 이를 응용해 다른 현장에도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디지털임상의학회 홍광일 이사장(하이큐홍내과)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의 핵심은 코로나19 여파로 갑자기 의료계에 대거 디지털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성과가 무엇이고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해 연구해야 한다"며 "이는 원격의료와 큰 차이가 있다. 목적은 진료실을 업그레이드 해 국민 건강을 좋아지게 하는 서비스를 구상하는 학회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임상의학회는 관련 논의에서 산업·경제적인 논리보단 의사들의 윤리적인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디지털이 제대로 제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이를 실현시켜야 하는 이유와 관련해선 그동안 의료가 융합을 통해 발전해 온 상황을 조명했다. 1900년대 초, 의료와 바이오가 융합하면서 급격한 발전이 이뤄진 것처럼 디지털도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점에 다다른 의료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려면 디지털과 접목돼야 한다는 발상이다.
이와 관련 디지털임상의학회 이민영 총무이사(영내과)는 "그동안 의학은 의학대로 발달하고 디지털도 디지털대로 발전하고 있었다. 두 분야가 융합된 경우가 별로 없다"며 "이런 공백 상태를 메꾸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환자 건강 증진을 꾀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를 위해선 어느 한 분야만이 아니라 각계가 참여한 다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 역시 "고혈압에서만 봐도 웨어러블, 모바일, 데이터베이스, 텔레메디신 등 적용되는 디지털 기술이 많다. 이런 것들이 다양하게 융합이 돼야 한다"며 "다만 아직 이들 장치가 의료기기화 되지 못해 실용성이 낮다. 궁극적으로 환자의 혈압이 자동으로 EMR에 입력돼 의사가 수시로 체크할 수 있다면 환자 상태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을 예로 들면 혈압 높으면 알아서 약 먹었는지 확인 해주고 의료기기화 된다면 약을 더 복용하라고 안내할 수도 있다"며 "이미 기술은 많이 확보돼 있고 더 복잡한 질환일수록 사용처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인데 이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본다. 우리의 목적은 어떻게 해야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디지털 기술이 도입은 의료전달체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있었다. 방향성이 없다면 자본이 많은 대형병원이 더 많은 기술을 도입하게 되고 이는 의료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또 여러 디지털 기기를 임상에 도입함에 있어 안정성을 검증하는 것 역시 학회의 역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홍 이사장은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개원가와 대형병원 간의 의료기술력 격차가 훨씬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디지털이 환자에게 제대로 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임상의학회 김기영 총무부회장(자애내과의원)은 "디지털과 임상이 함께 들어간 학회 명칭에서 그 의도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을 임상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며 "단순히 기기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사용함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학회 차원에서 연구하고 이를 회원에게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