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들었어? 의대에서 유난히 빠른 '소문'

조윤아 학생(경북의대)
발행날짜: 2023-08-28 05:00:00
  • 조윤아 학생(경북의대 본과 3학년)

A와 B가 싸웠다더라. 동기인 C와 D가 사귀었다가 헤어졌다더라. E는 그렇게 지각을 한다더라. F는 G교수님께 허튼 소리를 하다 혼났다더라. J는 환자한테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

학교에서 수업을, 병원에서 실습을 도는 중간 발생한 일은 일주일도 안 되어 대부분의 동기들에게 전달된다. 한 달이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낡은 소문이 된다.

비단 의과대학의 일이 아니다. 소수 정원으로 이뤄진 타 학과에서는 꽤 빈번하며 중앙 동아리를 했던 덕분에 이런 소문들로 휴학하는 친구들을 보아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내가 속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포함해 다수의 의과대학들은 한 학년에 백 명이 넘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대형과라는 것이다. 나름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5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아직 일상적인 주제로 편안히 대화하지 못하는 동기가 절반을 넘는다.

그럼에도 그들의 소식은 나에게 자주, 그리고 빠르게 들려온다.

소문은 어떻게 생겨나고 확산될까? 왜 의과대학에서는 소문이 빨리 퍼질까? '수용자의 루머 수용과 확산 행위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관한 연구(권구민, 2017)'에 따르 사람들은 공식적인 정보를 활용할 수 없는 모호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문을 생성하고 전달한다고 한다.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고, 불안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문 확산은 사회구성원의 복합적인 상호적으로 이루어지며 몇 가지 특징을 지니는데 이것이 의과대학 교육체계의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

첫째, 소문은 공적 성격을 띠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이슈를 중심으로 발생한다.

자신이 접한 소문이 얼마나 유용한 정보인지 판단하며 이를 받아들이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동기인 C와 D가 사귀었다가 헤어진 것은 공적 성격을 가진 소문이 아니다. C와 D를 엮어서 얘기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학번에서도, 어느 과에서도, 어느 학교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일이다.

그런데 F처럼 G교수님과 대화하다가 역린을 건드려 혼났다고 생각해 보자. F는 1년 내내 그 과만 도는 것이 아니다. 우리 학교는 매주 실습을 도는 과가 바뀌며, 매주 새로운 학생이 G교수님을 뵙게 된다. 그렇다면 F의 일로 다음 조의 학생은 G교수님이 해당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혹은 G교수님이 아직 감정이 상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얻고,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할 수 있다.

둘째, 소문의 내용이 사실적이고 정교할수록 확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소문의 특성 중 하나인 생동감과 관련되어 있는데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리뷰가 수용자의 장기 기억에 저장될 가능성이 높으며 호소력이 높다. 예를 들어 A와 B가 싸웠다고 생각해보자. 병원에서 실습을 돌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필연적으로 당사자의 곁에는 같은 일정을 수행하는 조원이 있기 마련이다. 실습생이 머무는 휴게실에도 당사자들만 있는 상황은 매우 드물다. 이외에도 병원에 상주하고 있는 수많은 의료인과 환자들이 목격자가 되어준다. A와 B가 싸웠던 생생한 상황을 전달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셋째, 소문을 지지하는 사회적 동조가 있을 때 사람들은 소문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

의과대학은 일종의 닫힌 사회다. 병원에서 실습을 돌게 되면 동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환자와 병원 사람들만 마주치게 된다. 그렇기에 늘 새로운 소식과 사건에 목이 마르며 소문 듣기를 꺼리지 않는다. E가 지각을 자주 한 것과 J가 환자에게 적절하지 못한 언사를 했다는 것은 앞선 특성들처럼 유용하지도, 생동감이 있는 정보도 아니기에 다른 집단이었다면 소문이 퍼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문에 우호적인 사회적 동조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소문을 믿게 되었고 아마도 그들이 E와 J에 대한 생각을 재구성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연히 연세대학교 입학처에서 제시한 인문논술 문제를 보았는데 소문에 대한 3가지의 관점에 관한 것이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의 지각과 기억이 주관적이고 불완전하기에 불분명한 정보가 더 새롭고 흥미롭게 꾸며져 퍼지는 것이 불가피하고 당연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사건들에 대한 정보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족하므로 적응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기존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소문이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소문이 자극적인 정보를 선호하는 사람들과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언론의 산물이기에 한시적인 정보가 아닌 불변하는 진실에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소문의 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소문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고민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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