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의대 박형욱 교수 미래의료포럼 기념강연서 문제점 지적
주수호 대표 "당연지정제 폐지 및 단체 동등계약제 관철에 노력할 것"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에 대한 의료계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전 회장이 이끄는 미래의료포럼이 관련 대응에 나서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미래의료포럼은 지난 26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미래의료포럼 창립총회 및 기념강연'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기념강연은 단국대 의대 박형욱 교수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문제점과 건강보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가 왜곡됐다고 지적하며 그 원인 중 하나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를 지목했다. 우리나라 의사는 민간의 영역임에도 강제 동원되면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영국·독일·호주·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극단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올바른 정책이란 적절한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 사람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중층적 규제의 기초로 작용해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어왔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정책전문가들은 의료왜곡의 원인으로 의사들의 이기심을 탓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정책은 정합성·일관성 등 앞뒤가 맞아야 제대로 작동한다. 디스인센티브 구조가 압도적인 영역은 파탄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정책을 만들고 의사들의 이기심을 탓하는 것은 극도의 이기주의적 심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관점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대책으로 지속가능한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강조하며 이를 위해선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민간의료기관을 강제로 건강보험에 편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를 병존하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으로 강제하는 가짜 계약제가 아닌, 거절 가능한 진짜 계약제를 도입해 사회적 대화를 가능케 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의료보장 제도를 처음 고안하고 발전시켜 온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의료체계는 공공 의료와 민간 의료가 병존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는 한정된 의료보장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의료에 대한 국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보편적인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나 의료기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절대로 공공의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공공의료는 우리 사회, 우리 모두가 공적 재원을 투입해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확산시켜야 한다"며 "공공의료인 건강보험 의료를 지키는 의사, 의료기관에는 합당한 평가와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의료포럼은 향후 목표로 이 같은 당연지정제 폐지와 함께 단체 동등계약제 관철, 근거 중심의학에 기반한 사이비 의료 척결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또 이날 총회에서 초대 대표로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전 회장이 추대됐으며 의사회원 약 150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감사에는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홍성수 전 회장이 선출했다.
이와 관련 주 대표는 "지금의 프레임으로는 대한민국 의료가 소생할 수 없다. 더욱이 우리는 그 프레임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인 것을 모르고 있다"며 "큰 솥에 개구리를 넣고 물을 끓이면 개구리들은 따뜻하다며 안주하고 밖으로 나가지 않다가 죽는데 의사들이 그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30~40대의 젊은 의사들이 대한민국 의료의 본질 무엇인지 깨닫고 있고 의사들이 힘을 모아 바꿔야한다"며 "정치인 몇 명이 움직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의사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만들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