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임시공휴일 평일 본인부담금…의료법 위반 아냐"
의료계, 민원 피하기 위한 꼼수 지적 "차액 정부가 보상해야"
10월 2일 임시공휴일로 정해졌지만, 사전 예약으로 평일처럼 진료해야 하는 의료기관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임시공휴일 진료비를 평일과 똑같이 받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밝혔음에도 의료계가 혼선을 빚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공문을 내고 임시공휴일에 평일과 동일한 수준의 환자 본인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밝혔다.
공휴일 가산제도에 따라 야간·공휴일에는 진료비·조제료·마취·수술비 등의 수가에 30% 가산이 부여된다. 임시공휴일 역시 대상이므로 10월 2일 진료에도 적용된다.
기존 제도 그대로 하면 이번 임시공휴일이 지난 5일 확정되면서 그 이전에 진료를 예약한 환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환자 입장에선 공연히 본인부담금만 늘어나는 꼴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몇 달 전부터 예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려대의료원 ▲이대목동병원 ▲경희대병원 등은 10월 2일 정상 진료를 공지했다. 개원가에서도 추석연휴 정상운영을 공지하는 등 진료를 이어가는 곳이 적지 않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사전 예약한 환자에 한해 환자 본인부담금을 평일과 동일한 수준으로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밝힌 것. 다만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수가엔 공휴일 가산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진료비 할인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영리목적의 환자 유인·알선행위에 해당하는데 이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 이는 본인부담금 가산으로 인한 환자의 민원을 받지 않기 위한 복지부의 꼼수라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렇게 인하된 본인부담금 차액에 대한 손해는 의료기관이 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복지부에 질의서를 보내고 이는 정부가 의료법 위반 교사에 해당하는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소청과의사회는 "임시공휴일엔 누구나 일하기 싫고 그에 대한 가산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공문을 요약하면 '환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괴로우니 평일처럼 본인부담금을 받아도 환자유인행위로 간주하지 않겠다. 대신 손해는 감수해라'는 뜻이다"라며 "이는 민원은 받기 싫고, 그렇다고 의료기관에 지원을 해주기도 싫다고 하는 것"라고 밝혔다.
다만 대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복지부 공문이 법리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임시공휴일 본인부담금 인하 대상이 사전 예약된 환자에 한정됐기 때문에, 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환자유인행위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복지부 공문은 이에 대한 해석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본인부담금 차액으로 인한 의료기관 손해를 보전해야 한다는 불만은 여전하다. 의료기관에 부여되는 임시공휴일 가산은 30%인 반면, 5인 이상 의료기관이 직원에게 줘야 할 임금은 1.5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본인부담금 차액을 보상해주거나 임시공휴일에 가산될 수 있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서울특별시의사회는 "환자 민원 발생을 우려해 평일과 동일한 수준의 본인부담금의 수납을 허용하는 것은 부당하고 임시방편적인 대책"이라며 "공휴일에도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문을 여는 의료기관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대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임시공휴일 진료에 대하 평일 수준의 본인부담금을 받고 휴일가산금 대비 차액은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며 "혹은 임시공휴일 진료 시에는 본인부담금이 가산될 수 있음을 정부 차원에서 대국민 홍보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