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효과 미비 반면 의료현장 혼란" 단계적 확대 제안
수도권 전공의 업무 과중, 교육에 악영향 등 부작용 주장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6: 4에서 5: 5로 조정한다는 정부 방침에 젊은의사도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며 단계적 계획 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한 인력 배치 조정의 기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전공의 정원 배치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공의 정원 비중을 조정하더라도 효과는 미미할 것이고 오히려 의료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복지부는 지역 과목 인력 격차 최소화를 위해 올해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치 비율을 6:4에서 5:5로 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19일 발표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 전략'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표했다.
대전협은 반대의 이유로 수도권 근무 전공의 업무 부담 가중을 가장 먼저 꼽았다. 기본적으로 전공의는 이미 주 평균 80시간이라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방침을 적용하면 4년 안에 수도권 전체 전공의 숫자가 16% 줄어들어 전공의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공의의 업무를 분담할 전문의 등 대체 인력 확보와 재정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담았다.
전공의 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협은 "수도권 전공의들은 늘어난 업무 때문에 교육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며 각 수련 병원 역시 교육보다는 업무 공백을 줄이는 방향을 택할 것"이라며 "결국 전공의 교육 환경은 퇴보할 것이 자명하고 업무 증가와 수련의 질 저하가 수련 중도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마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비수도권 전공의 인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수도권에서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주요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는 현재도 상당수 미달이다. 있는 자리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집 인원만 더 늘린다고 필수의료를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리는 만무하다"고 전했다.
전공의 정원 5:5 배치의 본 목적은 비수도권 필수의료 인력 확충이다. 대전협은 전공의와 의견을 조율하고 지방 병원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배치 조정에 앞서 의료 전달 체계 개편,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전문의 중심의 진료 체계 구축, 전공의 교육 강화 등 수도권 전공의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수련의 질을 보장하는 정책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대전협은 "대부분의 전문 학회는 전공의 5:5 정원 배치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주요 이해 당사자인 전공의들과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급하게 밀어붙일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2024년도 신규 레지던트 원서 접수 기간까지 대략 한 달 반 정도 남았다. 정부의 현재 방침은 당장 수련 병원과 전공을 결정해야 하는 인턴 의사들에게 너무나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강경 입장을 철회하고, 전문 학회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며, 이해당사자인 전공의들과 함께 합의점을 모색해 단계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