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4천명 늘면 의대 수험생 2만여명으로 증가"

발행날짜: 2023-11-24 05:30:00
  • 종로학원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준비생 추정 규모 전망
    의료계 "필수의료 보다는 피부·미용 쏠림만 증가" 우려

의과대학 정원이 수요조사 결과 만큼 증가할 경우,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학원가 분석이 나왔다. 이에 의료계는 의대 교육의 시장화로 인한 의료시스템 변질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23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4000명 증가할 시 이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기존 9532명에서 2만2175명까지 132.6% 증가할 전망이다.

의과대학 정원이 증가할 시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학원가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종로학원 의대 준비생 규모 추정

N수, 반수생 등 수능 우수 학생들이 수시 지원에 지원하지 않는 것과, 수시 지원 시 의대를 복수로 지원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그 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예측의 근거는 지난 10년간 30대 1 이상을 유지해 온 의대 경쟁률이다. 2024학년도 전국 의대 평균 경쟁률은 30.5대 1로 지난해 33.3대 1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지역인재전형 확대로 지방권 의대 경쟁률이 떨어졌지만, 서울·수도권은 60대 1 이상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의대 정원이 1000명 증가할 때 준비생은 1만2694명, 3000명 증가 시 1만9013명, 4000명 증가 시 2만2175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금년도 수능 과탐 접수자 23만2966명의 9.5%다. 과탐 수험생 10명 중 1명이 의대를 지원하게 된다는 것. 이에 따라 기존 수능 1등급대만 노린 의대를 2등급대 학생들도 준비하게 된다.

종로학원은 이 같은 의대 수험생 증가세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5학년도 전문대학원의 학부 전환으로 의대 모집인원이 증가했음에도, 30대 1 이상의 경쟁률이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대 정원 자체가 늘어난다면 지원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전문분야 대학의 학부 전환에도 의대 수험생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실제 약대 37개 대학 정원 1743명이 2022학년도부터 학부로 전환된 바 있다. 약대는 기존 2+4 체제로 운영됐는데, 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다른 학부로 입학해 2년간 기초·교양교육을 이수한 뒤, PEE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로 약대에 편입하는 식이었다.

이 같은 방식이 자연계 학생 이탈 현상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에 상위권 약대가 학부로 전환됐음에도, 의대 지원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 약대 전환 전인 2021학년도 32.92대 1이었던 의대 수시 전국 경쟁률은 전환 후인 2022학년도 36.29대 1로 오히려 증가했다. 여기에 이과생 최대 규모, 이과 재수생 강세 등의 상황이 더해지면 자연계 정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과 최상위권 학생의 경우 내년 의대 증원에 대한 기대심리로 올해엔 소신·상향 지원 추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다. 의대 합격 점수가 하락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연쇄적 상향 이동 불가피하다는 것.

하지만 의대 증원이 지역의사제 등 지역인재 전형과 함께 추진되면서 지방권 대학교 경쟁률은 현재보다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담겼다.

이와 관련 종로학원은 "2024학년도 정시 지원부터 이 같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 확대에 따른 기대심리가 작동하면서 의대 진학을 위한 상위권 이공계 대학 반수생이 증가할 것"이라며 "의대 집중도 현재보다 더 높아질 수 있으며 문·이과 통합되는 2028부터 이과 쏠림, 의대 쏠림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가 의대 교육의 시장화로 인한 의료시스템 변질을 우려하고 있다.

의대 증원이 모든 수험생을 빨아들일 것이라는 의료계 우려가 적중한 셈이다. 더욱이 증원 이후 의대를 다시 준비하기 위해 재수하거나 다니던 대학교·직장을 포기하는 경우, 이에 대한 보상 심리로 피부·미용 쏠림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나라도 정원이 늘면 다시 입시를 준비할 것 같다. 100명만 늘어난다고 해도 그게 어디냐"라며 "이런 상황에 걸쳐져 있는 학생이 많은데 상위권의 경우 더 의대에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향후 5년간 의대 정원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면 이를 염두에 둔 기존에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거나 N수하는 학생이 늘어난다"며 "그렇게 되면 입시생들이 5년간은 버텨야 하는데 보상 심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위험하고 돈 안 되는 필수의료보다 돈을 많이 버는 피부·미용으로 가려는 의사들만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가 이 같은 의대 과열 양상의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의대 교육 시장화가 의료시스템을 더욱 기형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결국 국민 건강에 해가 된다는 것.

이와 관련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국민이 원하는 의사는 자신의 병을 봐주는 의사다. 이는 의료계도 마찬가지인데 정부 수요조사로 촉발된 상황이 과연 의료계와 국민 보건에 좋은 현상인지 되묻고 싶다"며 "이제 의사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예전 같지 않고 점수를 세분화해 1등부터 100등까지는 의대에 진학하고 101등은 자연대로 가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교육 과잉은 학생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한 가정의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의사가 된다면 그만큼의 보상을 받으려고 할 텐데 의대 교육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정부와 국회 역시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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