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 닥친 의대 증원…위기에 필요한 리더의 덕목은

발행날짜: 2023-12-04 05:00:00
  • 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리더십이라는 의미다.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리더의 능력이 검증된다.

작금의 의료계가 그렇다. 올해 하반기만 해도 면허취소법,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등 의료현장 어려움을 키울 법안이나 제도가 잇따라 통과·시행됐다. 이제 의과대학 정원 확대까지 목전에 두면서 의료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리더의 덕목은 무엇일까? 사회와 산업이 다양화하면서 요구되는 리더십의 종류도 많아졌지만, 현재 의료계에 필요한 것은 상황 통제 능력이라고 본다.

이미 의대 증원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의료계 뜻이 좀처럼 하나로 모이지 않는 탓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의대 증원을 저지한다는 목적으로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그 정당성 두고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증원 저지 투쟁이 벌어진다고 해도 회원들이 선뜻 동참 해줄지 물음표가 찍힌다. 정부·정치권 역시 대규모 의사 파업은 없을 것이라고 상황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컨설팅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리더에게 통제력을 부여하는 덕목으로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평소에 신뢰를 쌓아온 리더라면 위기 상황에서 별문제 없이 무리를 이끌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달성할 수 있거나 그 과정을 상상할 수 있는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

붕괴 중인 건물에서 사람들을 이끌려면, 이들이 빠져나갈 통로가 왜 안전한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정치권이 의대 증원의 대안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필수·지역의료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그 규모를 의료계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실현할 것이라고 믿어지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차기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의사 대표자들의 분열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질서와 통제를 통해 혼란을 감소시키고 대응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또 위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규정하고 대응의 경계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위기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이를 키우는 불확실성은 신뢰로 통제할 수 있다. 투쟁의 성공 여부를 떠나 그 과정에서 진정성과 일관성 보여줄 수 있는 신뢰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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