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신약 등장…1년 만에 2차 옵션 자리매김
"대안 없던 록소리티닙 내성 환자 주요 선택지 부상"
지난해 골수섬유증 치료 신약으로 주목받으며 등장한 '인레빅(페드라티닙)'이 국내 임상 현장에 도입된지 1년 만에 주요 치료 옵션으로 부각되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종합병원에서 한국BMS제약 골수섬유증 치료제 '인레빅'을 도입하기 위한 약사위원회(DC)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레빅은 룩소리티닙 이후 2차 치료옵션이 없던 골수섬유증 치료 분야에서 약 10년 만에 등장하며 주목받은 신약이다.
기존 JAK 억제제의 경우 JAK1과 JAK2에 모두 작용하는 반면, 인레빅은 JAK2 선택성이 강하게 작용하도록 개발됐다. JAK2의 선택적 억제를 통해 골수섬유증으로 인한 비장비대 또는 증상 치료를 입증했다.
룩소리티닙 치료 내성을 가진 중등도 또는 고위험 골수섬유증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JAKARTA-2 임상연구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31%에서 기존 베이스라인 대비 35% 이상의 비장 부피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골수섬유증으로 인한 복부 불편감, 뼈 또는 근육통, 조기포만감, 가려움증, 왼쪽갈비 뼈 아래통증, 식은땀의 6가지 총 증상점수(TSS)가 5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도 27%(90명중 24명)에 달했다.
또한, 무진행 생존기간(PFS)의 중간값은 13.3개월이었으며, 1년 시점에서 생존율(survival rate)은 84%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임상연구 바탕으로 인레빅은 지난해 6월부터 이전에 룩소리티닙으로 치료를 받은 성인 환자의 2차성 골수섬유증과 관련된 비장 비대 또는 증상 치료에 급여가 적용됐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성은 교수는 "급성백혈병으로 전환될 수 있는 희귀 혈액암인 골수섬유증은 극심한 피로와 빈혈, 뼈 통증 등 다양한 전신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증상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성은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룩소리티닙 치료 후 대안이 없어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감당해야 할 좌절감과 무게가 상당했다"며 "인레빅의 출시와 보험급여 적용은 오랜 기간 새로운 치료 옵션을 기다려 온 환자와 의료진에게 희망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국내 임상현장 도입 1년이 된 시점에서 치료제 활용이 가능한 의료기관 대부분 DC 통과를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은 교수는 "지난해 급여 적용 이후 골수섬유증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실제 처방 후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골수섬유증의 주요 증상이 개선돼 질환을 관리함으로써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성은 교수는 "룩소리티닙 치료에 실패했던 한 환자는 인레빅 처방 후 비장 크기가 약 30% 이상 줄어들며 복부 불편감, 통증 등이 크게 개선돼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해지기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골수섬유증은 골수 조직이 섬유화 돼 혈액을 만드는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섬유모세포에서 지나치게 많은 양의 섬유조직을 생산하게 되면서 혈액 생산세포를 대체해 중증 빈혈, 무기력감, 피로를 유발하고 비장 종대, 간 비대증을 일으킨다.
골수섬유증 환자 대부분은 고령층으로 진단 시 평균 발병 연령이 60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인구 고령화로 환자 수가 점점 더 늘고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기준으로 국내 환자 수는 2019년 1261명에서 2023년 2292명으로 최근 5년 사이 약 8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