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회 복지위 청문회 D-1, 증원 대책 미흡도 맹공 예상
"그렇다면 의료계 뭐 했나" 집단 휴진 비판 못 피해 갈 듯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복지위는 크게 8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건복지부에 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캐묻어 책임론을 따지겠다는 국회와 방어하려는 복지부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24일 청문회가 결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를 보면 보건복지부에 대한 비판은 크게 8가지다.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청문회 원인이 된 복지부의 국회 상임위 출석요구 불응이다.
■의료계와도 국회와도 불통…맹공 예상
이에 앞서 복지부는 이번 국회가 시작된 뒤 개별 의원실 업무보고를 취소하는 한편,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역시 국회 개원 이후 복지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는데, 이 같은 복지부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대통령실·여당의 용인 없인 불가능하다는 것.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과정에서 불통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됐던 만큼, 정부 불참을 시작으로 대통령실·여당으로까지 공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통 문제와 관련해 11개 환자단체 1대1 소통 약속 불이행된 것에도 지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복지부는 각 단체에 담당자를 지정해 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복지위가 4개 환자단체와 면담을 진행한 결과
아예 연락 받지 못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명 의대 증원 근거도 과녁…비판 거세
가장 크게 다뤄질 문제는 2000명 의대 증원에 대한 근거다. 정부는 2000명 의대 증원이 과학적 근거에 의해 결정된 숫자라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근거가 된 것은 서울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이 내놓은 3개 연구다.
더욱이 이 연구의 저자들 역시 2000명 의대 증원이 보고서의 근본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사법부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취소 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에서, 재판부는 정부에 의대 증원 관련 근거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49건에 달하는 자료를 제출했지만, 대부분 자료가 언론보도나 보도자료, 공개된 보고서, 시민단체 성명 등이라는 의료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복지부는 의대 증원 결정에 핵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가, 이후 회의록이 있다고 발언을 정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중 어디서도 2000명 의대 증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의대 증원이 결정된 보정심에서도 2000명 의대 증원에 대한 사전 논의 없이, 결과가 통보식으로 공개됐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는 2000명 의대 증원을 논의했다는 의사인력전문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2주 간격으로 회의하며 의대 정원 관련 논의를 하기도 했지만, 2000명 증원 규모는 언급된 바 없었다는 것.
각 의과대학들이 이렇게 늘어난 의대 정원을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현장 점검이 미흡했다는 것도 지적 대상이다.
실제 2000명 의대 증원 발표 초기 정부는 현장 조사를 통해 모든 의과대학이 이를 수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대 정원을 확정하면서 대학교 요청을 받아들여 이를 1509명으로 줄였다. 이는 의대가 2000명 의대 증원분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반증으로, 정부 조사가 부실했음을 나타낸다는 것.
실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자체적으로 10개 의대를 조사한 결과, 5개 의대에서 복지부의 현장실사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도 한 곳은 비대면으로 조사가 진행됐고, 나머지 4곳은 복지부 직원 1~2명이 나와 1시간 전후로 조사하는 데 그쳤다.
■갈등 부추긴 정부 태도…사회적 비용 어쩌나
의대 증원이 과도한 행정명령 등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됐고, 이로 인한 의료계·정부 갈등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회적 비용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학병원의 경영난이다. 이들 병원이 적자를 호소하며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됐는데, 지금에 와선 이들 병원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중단하는 등 그 여파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는 비상의료체계를 운영하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1조 원의 국민건강보험 재정 및 예비비를 사용했는데, 그 내역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질의응답이 오갈 예정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 된 의정 갈등 수습 대책은 전무하다. 정부는 의료계와 형식·의제에 구애받지 않는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의 가장 큰 요구인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그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유화책으로 제시한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역시 지난 2월 제출된 사직서엔 적용하지 않아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에 따라 퇴직금을 사직 전 3개월 평균임금으로 산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아예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기존에 제출한 사직서가 무효가 된다면 4개월간의 사직상태가 무단결근으로 처리돼 법적으로 불리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의사들도 비판 대상…의료계는 "전공의와 대화해야"
이렇게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복지부 조규홍 장관, 박민수 제2차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 및 대통령비서실 장상윤 사회수석 등 4명이다.
의료계 측 참고인으론 서울대병원의대교수비상대책협의회 강희경 회장, 대한전공의협회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이필수 전 회장,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 양은배 수석부원장 등이 참석한다.
환자 및 시민·노동, 타 직역단체 측에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최희선 위원장, 병원간호사회 한수영 회장 등 10인이 결정됐다.
참고인 신분이긴 하지만, 의료계 역시 국회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휴진을 강행하며 환자 피해를 야기한 것에 맹공이 예상된다.
정부가 명확한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추진하긴 했지만, 의료계 역시 그동안 근거 없이 의대 증원에 반대만 해왔다는 것.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두 축이다. 정부가 잘못한 것과 의료계가 잘못한 것이 있다"며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의대 증원 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근거가 부족했거나, 졸속으로 추진한 과정들이다. 의료계 역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지적사항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료계 역시 수년간 의대 증원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적합한 근거나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 반대 말고는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은 채 파업만 하는 것은 국민을 설득하려는 태도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엇걸라는 정부·의료계 주장을 통해 문제와 사실관계를 규명하려는 것이 이번 청문회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선 이번 청문회가 의·정 갈등을 해소할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면서도, 그 초점이 전공의 복귀에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복지부·의료계 문제를 지적하는 자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전공의 복귀를 끌어낼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여야 한다는 요구다.
이와 관련 한 의사단체 임원은 "지금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의·정 갈등이 미칠 사회·경제적 여파가 큰 만큼,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따지고 보면 이 문제는 대통령실이 풀어야 할 문제지만, 국회가 나서 원만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이 상당히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바라는 것은 복지위가 대전협과 충분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현 상황은 의대 교수나 의협보단 전공의들과 직접 풀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말로만 돌아오라고 하는 것이 아닌, 전공의 7대 요구안을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