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오성 교수(심혈관중재학회 혈관중재시술연구회 학술위원)
최초 시술법 성공 사례로 신뢰감 상승…"불가능한 시술 없어"
"의료진과 의료기술은 진보합니다. 은평성모병원의 TAVI팀은 신세대입니다."
은평성모병원이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TAVR)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협착이 많아 TAVI 시술이 어렵다는 환자까지 비대퇴동맥 방식으로 시술에 성공하면서 이른 바 TAVI 불가 환자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난 것.
2010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TAVI와 관련해 회복 시간 및 입원 기간의 단축, 합병증의 감소와 같은 부수적인 혜택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수술과 대등하다는 최신 연구들이 축적되며 이제는 시술 대 개흉수술 비율에서 역전 현상까지 관찰된다.
TAVI가 표준치료의 지위까지 넘보면서 각 의료기관별 TAVI 시술 경쟁력도 관심사로 떠오르는 상황.
상급종합병원들이 '누적 OOO례 돌파'나 '연간 OOO건 시술' 등 문구를 앞세워 경쟁력을 뽐내고 있지만 은평성모병원은 최신 술기를 습득한 신세대 TAVI팀라는 면모를 앞세우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권오성 순환기내과 교수(대한심혈관중재학회 혈관중재시술연구회 학술위원)를 만나 은평성모병원만의 차별화 요소와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TAVI 도입 14년…시술자도 함께 발전"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가슴을 여는 개흉수술이 불가피했던 관상동맥 우회술도 스텐트 삽입술이 가능해졌고, 개복 담당 절제술도 복강경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수술이 유일한 옵션이었던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TAVI가 가능해진 2010년 이래 14년이 지났다. 그간 변화는 무엇일까.
권오성 교수는 "의료기관마다 의료진의 개별 판단과 내부 원칙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며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발생한 경우 같은 환자를 두고도 어떤 의료기관에선 수술을 더 선호할 수도, TAVI와 같은 시술법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입 당시는 TAVI는 신의료기술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검증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TAVI 시술 적용 가능군도 수술이 어려웠던 고위험군에 한정된 것도 장기적인 예후에서 증명이 필요했기 때문.
반면 최근 5년, 10년 장기 누적 데이터에서 저위험군과 고위험군 모두 TAVI 시술이 예후 면에서 수술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권 교수는 "과거엔 TAVI 시술 적합군을 찾아서 해야 할 정도로 수술이 표준 치료였다"며 "반면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어 오히려 수술이 필요한 환자인지를 따질 정도로 TAVI의 위상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의료기관별 선호도 차이로 인해 아직도 개흉수술을 고집하거나 더 선호하는 곳이 있다"며 "보통 시술 대 수술의 비율이 2:1~3:1 정도이지만 은평성모병원의 경우 4:1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의료기술이 발달했고, 장비도 소형화되면서 세대가 진화했다"며 "판막의 경우 2세대, 3세대로 올라갔고, 동맥을 따라 인공판막을 심장까지 옮겨주는 카테터도 더 작아지고 유연해져 혈관 손상도 적어졌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의 엔진과 동력 전달 방식은 100년 전과 지금이 동일하지만 엔진의 형태와 기술, 전자장비가 고도화되면서 출력, 연비, 승차감 등의 항목이 개선된 것과 같이 TAVI도 같은 개념 아래 점차 시술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
권 교수는 "TAVI도 점점 더 생체 적합적인 시술로 바뀌면서 보완되고 발전했다"며 "시술법 역시 개선돼 TAVI가 어려웠던 환자들도 이제는 시술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의료기관의 경우 2010년도 시술 시작 당시부터 지금까지 현역으로 시술을 이끄시는 분들도 있다"며 "하지만 이제 새로운 기법과 경험을 쌓은 2세대 의료진들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젊고 도전적인 의료진 강점…"쉬운 시술 없지만 불가능한 시술도 없어"
실제로 빅5병원으로 일컬어지는 주요 의료기관의 경우, 1세대 TAVI 시술자가 여전히 리더로 팀을 이끌고 있다.
권오성 교수는 "은평성모병원은 2019년 개원을 했기 때문에 TAVI팀이 꾸려진 것도 연혁이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며 "이를 단점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점을 바꿔 보면 은평성모병원 TAVI팀은 최신 술기를 배운 신세대 팀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고 도전적인 연구진들이 모여 최신 술기를 습득했기 때문에 초고난이도로 일컬어지는 환자나 TAVI 시술 불가 환자에 대한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었다"며 "그런 까닭에 은평성모병원이 새로운 TAVI의 신흥 강자나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TAVI는 보통 대퇴동맥을 통해서 카테터를 삽입하는 게 표준이지만 환자마다 동맥경화 등으로 혈관의 협착 상황이 다르다"며 "동맥이 너무 협소해 카테터 삽입이 어려운 경우 은평성모병원에서는 비대퇴동맥 시술법을 통해 우회로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비대퇴동맥 시술법에서 심장까지의 진입로는 쇄골하동맥, 경동맥 등 네 곳이 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의료기관에서도 네 곳의 진입로 모두 시술을 경험한 의사는 거의 없는 실정.
권오성 교수가 경동맥을 통해 시술에 성공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세번째, 우측 쇄골하동맥으로의 접근 성공은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권 교수는 "올해 2월 우측 쇄골하동맥을 통해 TAVI 시술에 성공한 것은 우리나라 최초 사례"라며 "두 달 전 수술 판막 골절(파열)술에도 성공하면서 은평성모병원 TAVI팀의 시술 능력에 대한 검증은 어느 정도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적 시술 건수가 많은 곳에서도 하지 못하는 시술을 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쉬운 TAVI 시술도 없지만 불가능한 시술도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고령이고 고위험군이라서 TAVI 시술을 포기해야만 했던 환자들이라면 내원해서 상담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평성모병원의 최대 강점은 영상의학과, 흉부외과, 외과와 함께 하는 다학제 시스템으로 본원을 최고의 기관으로 만들자라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있다"며 "환자를 위해 시술이나 수술 중 최적의 치료법을 고민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신뢰도도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