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 약물위험평가위원회, 새 권장사항 마련
전신 마취·깊은 진정 시 위 역류 가능성…담당의에 고지 권장
제2형 당뇨병 및 비만약으로 사용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의 부작용 가능성을 두고 학회와 규제 당국이 엇박자를 타고 있다.
GLP-1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수술 과정에서 벌어질 경우 위 내용물이 역류해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다양한 학회들이 실질적인 위험 가능성은 적다고 선을 그은 상황.
반면 유럽의약품청 약물위험평가위원회(EMA PRAC)는 새로운 권장사항 발표를 통해 GLP-1 투약 환자들은 수술 계획에 대해 담당의에게 알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지시간 12일 PRAC는 8일부터 11일까지 논의를 통해 GLP-1 투약 시 전신 마취 또는 깊은 진정 중 흡인 및 폐렴 흡인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권장 사항을 마련하고 이를 공개했다.
최근 수년간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삭센다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GLP-1의 일상적인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 목소리가 커진 바 있다.
미국마취과협회는 GLP-1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메스꺼움이나 구토, 위염 등이 수술 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술 대기 환자들에게 일정 기간 사용 중단이 필요하다는 지침을 발표했지만 미국소화기학회·미국간학회·미국소화기협회 등 5개 학회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를 반박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공개된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 소화기내과 히라모토 브렌트 등 연구진이 진행한 GLP-1 제제에 의한 위 배출 지연의 정량화된 지표 분석 연구 결과(DOI: 10.14309/ajg.0000000000002820) 역시 위약 대비 GLP-1의 배출 시간 지연은 36분에 그쳐 우려가 과장됐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반면 PRAC는 실질적인 증거는 부족하지만 GLP-1은 위 배출을 늦추고 이러한 작용이 마취 및 깊은 진정과 관련해 생물학적으로 위 내용물의 흡인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약 여부를 수술 전 고지토록 했다.
PRAC는 EudraVigilance의 사례 보고서, 과학 문헌 및 이러한 의약품에 대한 시판 허가 보유자가 제출한 임상 및 비임상 데이터를 포함해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검토했다.
PRAC는 "폐렴 흡인은 음식이나 액체를 식도를 통해 삼키는 대신 기도로 잘못 흡입해 발생할 수 있고 위 내용물이 다시 목구멍으로 들어갈 때도 발생한다"며 "폐렴 흡인은 위험 요인에 따라 마취 과정 900건 중 한건 혹은 1만 건 중 한건의 비율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PRAC는 "위원회는 GLP-1 유사체와 흡인 사이에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었으나, 위 배출 지연이라는 알려진 작용과 임상시험 사례 및 시판 후 사례의 존재로 인해 의료 전문가와 환자에게 위 배출 지연의 잠재적 결과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권장 사항에 따르면 GLP-1 투약자는 전신 마취 또는 깊은 진정이 필요한 시술을 수행하기 전에 지연된 위 배출로 인해 잔류 위 내용물이 존재할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관련 품목에는 이러한 약을 복용하고 마취 또는 깊은 진정 상태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인 경우 관련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는 경고가 포함된다.
해당 적용 품목은 GLP-1 계열인 둘라글루타이드, 엑세나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리시제나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 및 터제파타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