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대 이봉근 수련교육부장, 수련환경 무관심한 정부 질타
"전공의 배정, 정치적 중립성 갖는 위원회 설립 운영" 촉구
"정부는 전공의 수련환경을 따져 정원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맞는 병원에 우선적으로 전공의를 배정하고 있다. 이는 전공의를 정부 정책에 맞는 병원에 가서 일하는 값싼 일꾼으로 보는 것이다."
한양의대 이봉근 수련교육부장은 26일 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개최된 전국의사 대토론회에 참여해 이같이 밝혔다.
이봉근 교수는 "병원이 얼마나 전공의를 잘 교육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수련환경평가는 전공의 TO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교수들과 함께 몇 달간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병원의 이러한 노력이 의미 없는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수련환경과 무관하게 너무나 쉽게 전공의 TO를 변경한다는 지적이다.
이봉근 교수는 "단적인 예를 들어 병원은 지도전문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들인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학위 없는 개원의 또한 교수로 발령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오는 9월 전공의 하반기 모집을 진행하지 않는 병원은 정원을 감소하고, 지방 의료를 위해 비수도권 전공의 전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인데 전문의도 적고 의료환경도 좋지 않은 지방에 무작정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것이 어떻게 교육 환경을 고려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국군수도병원 등과 같은 공공병원의 경우 지도전문의 기준을 채우지 못해도 전공의 TO가 배정되는 상황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적으로 TO 배정이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교육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히 노력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결국 정부는 전공의 수련환경을 따져 정원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맞는 병원에 우선적으로 전공의를 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전공의를 정부 정책에 맞는 병원에 가서 일하는 값싼 일꾼으로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책 방향에 따라 전공의 TO가 증감하는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결국 수련환경 구축을 위해 힘썼던 병원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근 교수는 전공의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전공의 교육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전공의 교육 및 배치는 정부와 무관하게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별도의 위원회를 설립해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계속해서 전공의 근무시간 축소를 얘기하는데 사실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전공의는 밤새 교수들과 환자를 보며 동료의식 느끼는 경험을 해봐야 추후에 중증환자를 볼 수 있다. 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증환자를 보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전공의가 봤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으려는 것인데 시간만 줄이며 편안함을 강조한다면 나중에는 누가 중증환자를 보려 하겠냐"며 "더 열심히 일하고 환자 곁에 남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인턴 2년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현 수련환경 체제에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의학회 박용범 수련교육이사는 "수련기간을 줄이면서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 발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전공의 수련기간 줄이는 것에 앞서 수련 교육 질이 보장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현재 국내 시스템은 수련의 질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인데 2년 인턴제를 도입하면 단순 시간 연장에 불과해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의과대학 교과과정 변경 등 수련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하지만 현시점에서 2년제 도입은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봉근 교수 또한 "인턴 2년제를 도입한 일본은 환자가 적은 편한 병원을 찾는 분위기가 크다"며 "결국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스템을 도입하면 인력이 분산되는 것뿐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는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