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종 청구액 9위 굴지의 충남대병원 앞에 터진 두차례 '변수'
향후 상급종병 구조전환 과제…과거 '성공 공식' 변화 필요
충남대병원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병원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충남대병원은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체 상급종합병원 중 요양급여비 청구액 9위를 차지할 정도로 탄탄했던 터. 일선 대학병원들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6일 메디칼타임즈가 취재한 결과 의대증원 사태로 전공의 사직이 현실화 된 이후 일선 상급종합병원들은 "더 이상 과거의 병원 경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충남대병원이 자본잠식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문제였을까.
팩트 체크부터 해보면, 충남대병원 조강희 병원장은 지난달 30일, 전체 임직원들에게 공지문을 통해 경영난이 극심하고 본원과 분원 모두 자본잠식에 이르렀음을 공개했다.
실제로 충남대병원 복수 의료진에 따르면 올해 전공의 사직 이후 경영난이 극심해지면서 수당 지급을 중단하면서 의사도 급여가 깎였다. 조강희 병원장이 경영난에 대한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 임직원 급여를 줄이면서 의사도 포함시켰다. 충남대병원이 밝힌 적자 규모는 본원 148억원, 분원(세종충남대병원) 220억원으로 차입금 500억원도 이미 소진한 상태로 극심한 경영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충남대병원은 전국 상급종합병원 중 요양급여비 청구액 규모로 9위까지 달성할 정도로 굴지의 국립대병원으로 상당한 저력을 자랑해왔다.
지방 국립대병원 중에는 요양급여 청구액 가장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세종충남대병원 분원 설립 직후인 2020년부터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메디칼타임즈가 전국 상급종합병원 요양급여비 청구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년, 2019년 청구액 순위에서 9위를 차지해왔던 충남대병원이 2020년, 13위로 추락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2021년 12위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10위권 탈환은 어려웠다.
올해 의대증원 사태 이후 전공의가 없던 세종충남대병원은 전년도 대비 올해 3~4월 외래 15.1%, 입원 16.1% 수익율 기록하면서 성장했지만 본원인 충남대병원이 외래 -0.9%, 입원 -14.1% 수익율을 기록하면서 경영난에 빠지면서 분원도 휘청이고 있다.
충남대병원의 경영난을 지켜보고 있는 일선 대학병원 경영진들은 "어떤 병원도 언제 어떻게 경영난 늪에 빠질 지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수십년 째 상당수 대학병원들은 상당한 대출을 통해 분원, 증축 등 몸집을 키우면서 발전, 성장해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고대구로병원 등 본원을 뛰어넘는 똘똘한 분원 성공스토리는 이미 알려져 있다. 이들 분원은 설립 당시 무리한 대출을 일으켰지만 '대마불사' 성공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승승장구해왔다.
충남대병원 또한 같은 배경에서 분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2020년 코로나19에 이서 2024년 의대증원 사태라는 유례없는 대형 변수를 2차례 잇따라 맞으면서 맥을 못추고 있다.
국립대병원 한 보직자는 "한국의 대학병원은 수 십년 째 자본을 투자해 규모를 키우고 진료량을 늘려 수익을 창출해왔다. 또 부채를 줄이면 또 다시 재투자를 통한 규모를 확장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경영을 유지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실 충남대병원도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보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에 무너진 것"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정부가 의대증원 사태를 계기로 상급종합병원 대대적인 구조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증환자 비중을 높이고 병상을 줄이는 것이 핵심. 다시 말해 과거 대학병원들이 보여준 '규모 확장을 통한 성장' 공식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한 보직자는 "향후 대학병원은 경영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면서 "앞으로 10년간 어떻게 대응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했다.
엘리오앤컴퍼니 성만석 대표는 "과거 대학병원들이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장해왔던 것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공사비 상승 등 다양한 요인으로 분원 건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