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경영난 내년 더 심각 전망…'생존'이 최우선"

발행날짜: 2024-08-26 05:30:00
  • 엘리오앤컴퍼니 성만석 대표, 의대증원 사태 여파 진단
    지방의료 불안감 조성 정책 곤란…여파 장기화 전망 내놔

지난 2월 의대증원 정책 발표 직후 전공의 사직에 이어 의과대학 교수 사직으로 병원계가 휘청이고 있다. 지난 23일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 경영 컨설팅을 도맡고 있는 엘리오앤컴퍼니 성만석 대표를 직접 만나 향후 병원계 전망을 짚어봤다.

국내 수 많은 대학병원 경영진단을 맡고 있는 성만석 대표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이번 사태의 여파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대학병원 상당수 재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병원 문을 닫진 않겠지만 사실상 '식물 병원' 상태를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엘리오앤컴퍼니 성만석 대표

■대학병원 경영위기 심각…최소 1~2년간 최악의 경영난 지속

성만석 대표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 이후 경영난이 극심해지면서 대학병원을 둔 사학재단들은 대학 내 자산매각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규모 대학병원인 서울아산병원조차도 3천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 일각에선 기업 병원은 뒷배가 든든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토지 등 대학이 소유한 자산을 매각해 버틸 수 있지만 해당 대학병원의 경영이 자립하지 못하면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5병원의 분원 설립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병원 시흥 배곧에 들어서는 분원은 진행 중이지만 송도 세브란스병원은 당초 800병상에서 500병상으로 규모를 축소한 상황. 서울아산병원도 건축 자재비 증가로 당초 타임스케줄을 지키기 어렵다고 봤다.

성 대표는 내년(2025년) 경영 위기가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는 전공의에 이어 전문의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서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내년 전문의 배출에 구멍이 생기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는 "일부 대학병원은 거의 손 놓고 있는 모양새"라며 "특히 의료진 이탈로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진료지원 파트가 축소되면서 의료위기에 봉착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의 중심병원, 지금까지 전문의 중심 아니었단 얘기?"

정부가 추진 중인 '전문의 중심병원' 정책을 두고는 "그럼 지금까지는 전문의 중심병원이 아니었다는 의미인가"라고 되물으며 정의부터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말하는 '전문의 중심병원'은 지금까지 전공의 업무였던 부분은 전문의로 메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면서 "문제는 전문의 부족으로 결국은 PA간호사로 대체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을 계기로 PA간호사 업무가 양성화될 것이라는 것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가 시범사업을 진행 중에 있지만 PA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해서는 해당 병원에 맡겨두면서 해당 대학병원들이 정부를 믿고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의대교수 인건비도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전공의 공백을 채우고자 울며겨자먹기로 채용한 촉탁의 인건비가 기존 의대교수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의료진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 실정.

성 대표는 미국의 대학병원처럼 임상, 교육, 연구 등 분야별 전담교수를 구분해 운영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당장 상당수 대학병원이 생존이 우선이지만, 추후 교육, 연구 등 영역별 전담교수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료 키우겠다면서 '지역의료' 죽이는 행보 아쉬워

성 대표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아쉬움도 드러냈다. '지방에 빅 4병원을 키우겠다'는 정책 발표 자체가 현재 지방에는 신뢰할 만한 병원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화순전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비수도권에 있지만 호발암 분야에서는 전국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순위권에 등극해있다. 정부의 역할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 대학병원의 연구업적, 명의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각 지역별 빅4병원을 만들겠다는 발표는 오히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접근성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긴다"면서 "이는 지역의료를 죽이는 행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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