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붕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정부 여전히 안일
전문의 중심병원 등 다른 정책도 "의미없는 대책" 회의적
최근 정부가 내놓는 정책마다 헛발질이 나오자 의료현장에선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의료 붕괴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태다. 보건복지부도 4일 브리핑에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거나 중단 예정인 병원이 전국 5곳(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순천향천안병원)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파악한 병원 이외 대학병원 응급실도 정상운영 상태는 아니다. 배후진료가 무너지면서 사실상 응급실 문만 열고 있는 병원도 상당수라는 게 응급의료 전문의들의 공통된 우려다.
하지만 정부는 응급의료 공백 대책으로 강원대병원 5명, 이대목동병원과 아주대병원 각각 3명, 세종충남대병원과 충북대병원 각각 2명의 군의관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인력이 시급한 곳에 먼저 파견하고 이외 235명은 9일까지 배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앞서 의료공백 상황에서도 군의관, 공보의를 배치했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선 큰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일부에선 군으로 되돌려 보내는 실정이다.
수도권 권역응급의료센터 한 의료진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 마다 한숨만 커진다"라면서 "군의관 배치 정책은 사실상 무용지물인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군의관 입장에선 응급실 근무 중 의료사고가 터질 경우 의료분쟁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상황으로 최대한 단순 업무를 요구하는 분위기. 사실상 인턴 수준의 업무에 그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전문의 중심병원도 병원 현장에선 고개를 가로젖는 정책 중 하나다. 정부는 전공의가 나간 빈 자리를 전문의로 채우면서 의료 질을 높인다고 포장했지만 현실은 PA간호사로 대체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게다가 일선 병원들은 촉탁의 채용이 어려운데 전문의 중심병원이 가능한 정책인가"라며 "업무 과부하로 빠져나가는 교수들의 발목을 잡는 것도 쉽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의료현장에 대한 진단도 정부와 의료계간 간극이 큰 것도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정부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의료현장에서 응급실을 지키거나 병동 당직을 서고 있는 교수들은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빅5병원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수치상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의료붕괴는 심각한데 여전히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발표하는 정부 행보가 씁쓸하다"면서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 기분이다. 곧 가라앉을 것을 알면서 버티고 있는 내 모습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