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서 정부, 야당 의료대란 책임 공방…고성 오가
의료 개혁 4자 협의체 암담…야당, 정부 일방적 태도 질타
의대 증원 논의를 위한 협의체에 의료계 불참 중인 가운데, 정부가 현 의료대란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전공의에게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12일 열린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와 야당이 의대 증원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정부는 관련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한 반면, 야당은 현 의료공백 사태가 정부의 탓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한편, 정부가 현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전공의에 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의료계와의 논의가 요원하다는 야당 지적이 나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의료 붕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조명했다. 관련 환자 피해 신고 접수현황을 보면 수술 지연 494건을 포함해 877건의 피해가 접수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 원인으로 2000명 의대 증원을 지목하며 명백한 정책 실패라고 강조했다. 이는 22대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숫자며, 2000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논의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대학교·한국개발연구원 등이 발표한 3건의 보고서가 근거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남 의원은 이들 보고에서 5년간 500~1000명 규모 증원이나 전년 대비 5~7% 정도 증원 의견이 제시됐다며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남 의원은 의대 정원 배정 심사 과정도 문제로 지적했다. 관련 논의가 3번 회의와 5시간 만에 결정되는 등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의학교육평가원 역시 성명서를 내고 각 대학 교육요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남 의원은 "2000명은 의료계와 상의 없이 22대 총선을 겨냥해 발표한 정치적 숫자가 아니냐. 총선에서 심판받았다면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고집불통으로 의료대란 사태까지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계속 잘했다는 태도다.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사례도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총리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결정한 것이고 정치적으로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이런 개혁을 하지 않는다"며 "해당 연구보고서에서도 2035년까지 1만 명이 부족하다는 점이 언급됐고, 어떤 속도로 증원하는지는 정책 당국자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사망이 잇따른다는 표현은 과장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응급실 상황이 어렵지만 협력하면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의석에서 국민이 죽어간다는 비판이 나왔고 한 총리는 "어디서 죽어 나가냐, 가짜뉴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 책임자를 문책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했다.
이어진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역시 현 사태가 정부 책임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 총리가 "정부 책임도 있지만 전공의에게 첫 번째 책임이 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의료계와의 대화가 요원하다는 비판을 샀다.
앞서 한 총리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중증·난치병 환자를 떠난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한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는데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것.
이에 백 의원은 현재 여당이 여·야·의·정 협의체의 의료계 참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을 조명하며, 이 같은 정부의 태도로 대화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와중에 ▲응급실 진료제한 메시지 표출 현황이 지난해 2~8월 5만9004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7만2411건으로 22.7% 증가한 것 ▲지난 5일 기준 전체 180개 응급의료센터 중 27개 중증 응급질환별 진료가 가능한 곳이 평균 88곳에 불과한 등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 총리는 전공의 이탈로 의료대란이 발생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이를 감춰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렇듯 원인을 내놓아야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앞선 질의에서 있었던 한 총리의 가짜뉴스 발언과 관련해서도 백 의원은 일국의 총리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응급실에서 죽어 나간다는 표현은 응급실을 지키는 의료진의 사기를 꺾는 일이라고 맞섰다.
이와 관련 백 의원은 "의료 개혁은 유리알처럼 다뤄야 함에도 무책임하고 대책 없는 추진이 이런 사태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 국민도 동의할 것이다. 죽어 나가고 있다는 표현은 환자의 가족과 국민의 심정을 대변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언론보도에 수많은 사례가 있으며,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짜뉴스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국의 총리라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응급실 뺑뺑이가 기존에 있었던 것이란 발언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의 입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며 "총리가 전공의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누가 협의체에 들어오겠느냐. 보고 있는 국민의힘도 답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