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교수로서 정체성 잃었다…늘 사직 생각한다"

발행날짜: 2024-09-20 05:33:00
  • [인터뷰] 의정부성모병원 조항주 외상외과 교수(대한외상학회 이사장)
    "환자 수용률 100%였지만 절반 감소…보람 없고 스트레스 크다"

"항상 사직을 생각하고 있다. 의사가 환자를 보지 않으면 편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돌려보내는 환자가 많아 마음이 힘들고 보람이 없는 것이 큰 스트레스다."

의정부성모병원 조항주 외상외과 교수(대한외상학회 이사장)는 18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지난 2월 전공의가 떠난 후 하루하루 병원을 지키고 있는 심정을 씁쓸하게 밝혔다.

의정부성모병원은 경기북부 권영응급의료센터 및 권역외상센터를 운영 중인 곳으로, 의정부, 양주, 동두천 등 경기북부뿐 아니라 서울시 도봉구, 노원구, 강북구 등의 응급환자까지 책임지는 핵심 의료기관이다.

조 교수는 "과거 병원은 외상센터 환자 이송 문의 콜을 받으면 모두 수용해 수용률이 100%에 달했다"고 말했다.

외상센터의 특성상 생과 사의 기로에 놓인 환자가 많기 때문에, 병원이 또다시 환자를 돌려보내면 그 이후에는 상황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환자를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지금으로서는 환자 수용률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조 교수는 "외상센터는 응급실과 마찬가지로 최종진료 보루의 끝에 서 있는 게이트키퍼로서 역할"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 교수는 "외상센터는 응급실과 마찬가지로 최종진료 보루의 끝에 서 있는 게이트키퍼로서 역할"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상센터는 혼자 잘 한다고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다른 1개 과목 전문의만 있으면 수술 및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지만 외상센터는 적어도 3~4과 이상 전문가들이 있어야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3층 건물 이상 높이에서 떨어진 환자를 살리려면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 다양한 전문의 연계 진료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병원에서 의료진이 계속 사라지면서 환자 전원을 수용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상센터의 역할이 흔들리며 의료진의 피로도와 좌절감 또한 커지고 있다.

조 교수는 사직을 고민해 본 적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왜 없겠냐"며 "항상 하고 있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받지 못하고 돌려보내는 것이 큰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이어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면 새벽에 잠도 제대로 들 수 없다"며 "외상센터 의사로서 보람이 사라졌다. 외부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안 보면 편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마음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조 교수는 사직을 고민해 본 적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왜 없겠냐"며 "항상 하고 있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받지 못하고 돌려보내는 것이 큰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 "외상센터 전공의, 사명감 있는 친구 많았지만…"

외상센터에서 가까스로 치료한다 해도 의료기관 배후진료 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점 역시 문제다.

조 교수는 "이미 전공의가 모두 떠나고 교수들도 당직 등으로 지쳐있는 상황 속 다른 과의 도움이 필요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럽고 미안한 일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응급의료체계가 이미 한계 수준에 직면한 사실은 119 구급대 이송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119구급대는 가까운 병원부터 무작위로 여러 곳에 전화해 환자를 받아주는 곳으로 가는 상황으로, 그 환자가 최종 치료를 어떻게 받는지는 상관없다"며 "권역응급의료센터나 권역외상센터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상황이 지속되면 병원 문화도 바뀔텐데 (의정갈등) 사태가 끝나더라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며 "내년까지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외상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환자 범위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복귀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 조 교수는 "지금 사태가 언제 종료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외상센터는 특성상 다른 과에 비해 상황이 해결되면 다시 돌아와 환자를 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며 "하지만 사태가 반년 이상 길어지면서 이제는 어떻게 될지 확신을 못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사직서가 수리되고 전공의들은 해외로 나가 의료활동을 하거나 다른 병원 취업 등에 적극 도전하면서 다른 길을 찾고 있다"며 "확실한 것은 사태 해결 전까지 전공의 복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은 병원을 찾을 때 갑자기 밀고 들어오는 식이 아닌 미리 일정을 조율하고 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환자를 수용할 것"이라며 "직접 방문해 점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밝혔다.

■ '추석' 각 지역구 국회의원 응급실 방문…"무슨 의미 있는지 의문"

의정부성모병원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응급실 운영과 관련된 의료진의 어려움을 듣고자 직접 방문한 곳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진과 함께 응급실 상황을 둘러보고 간담회를 가져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들었다. 이에 조 교수는 "VIP(윤 대통령)가 응급실을 한 번 돈다고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며 "환자 수술과 관련된 여러 시스템을 봐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 속 고위 관계자의 방문은 병원 입장에서 부담이라고 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본인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을 찾아 응급실 운영 상황을 살핀 것을 두고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 교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은 병원을 찾을 때 갑자기 밀고 들어오는 식이 아닌 미리 일정을 조율하고 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환자를 수용할 것"이라며 "직접 방문해 점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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