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지자체 공무원에 마약류 특사경 권한 부여
의협·서울시의사회 "권한 남용 우려…인권 침해"
국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마약류 관련 수사 권한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 법안 발의가 계속되면서 의료계 반발이 예상된다.
5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 법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 및 관련 직렬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마약류 단속업무를 담당하는 경우, 사법경찰관리 직무수행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단속업무를 하는 식약처·지자체 공무원에게 부여되는 수사권을 마약류로 확대하자는 것.
이에 앞서 지난 9월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이 식약처 공무원에게 마약류 취급 범죄에 대한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에 따라 이들 법안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의료계에선 국민건강보험공단 특사경법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 식약처·지자체 권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박균택 의원안 발의 당시 반대 검토 의견을 냈다. 이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한 식약처 모니터링과 마약류 투약 이력 확인 의무화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오남용 의심 처방 심의, 현장점검 등을 통한 수사의뢰·고발조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특사경까지 도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이와 관련 의협은 "추가적인 강력한 제재는 필수적인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 행정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사 비전문가인 특사경이 강제수사하면 의료인 기본권 침해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역시 이들 법안으로 인해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약처 공무원은 경찰 수사에 대해선 비전문 인력으로, 관련 직무수행 시 직권 남용 등으로 국민의 자유·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공무원이 마약류 관련 위법 사항을 인지하더라도, 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사건을 이첩하는 것이 더욱 전문적인 정보 수집 및 수사를 가능케 한다는 것.
이와 관련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 증진하는 업무를 한다. 의료업에 있어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 관계가 아주 중요한 요소"라며 "자칫 특사경 업무가 무리하게 적용돼 의료서비스 제공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이는 국민건강 보호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사경보다 신규마약류 임시 지정을 신속히 하고,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지난 6월 14일부터 시행된 의사의 환자 마약류 투약 이력 의무화 제도의 효과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