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의사협회장에 바란다

서울대병원 장재영 사직전공의
발행날짜: 2025-01-09 05:00:00
  • 서울대병원 사직전공의 장재영

괜스레 올겨울이 더욱 춥다. 계엄과 탄핵으로 세상이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올바른 의료 환경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전공의, 의대생이 뜻을 모아 외친 지 벌써 일 년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년을 복기해보면, 우리는 정부로부터 수없이 '대표성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들은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심지어 전공의를 상대로도 매번 '전체'의 의견이 맞는지 물었다. 의도적으로 그랬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더욱 명확해졌다.

이번 사태는 비단 의대증원 문제만 걸려 있는 것이 아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 필수의료패키지의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등 전공의, 의대생뿐만 아니라 전 직역의 의사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동시에 절대 대수의 회원들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전공의, 의대생들이 최전선에서 자신들을 희생하며 투쟁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가장 커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의 목소리가 더 큰 스피커에 실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더 많은 증폭기를 거쳐 나왔으면 했다. 그게 대표성을 갖는 길이고 그래서 이 이야기를 따뜻하게 품어주시며 힘을 보태겠다고 나선 후보님과 함께 회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유세를 돌아다니며 충분히 필자의 생각을 많은 선배님들께 전달했고, 특히 다른 후보님들께서도 격한 동의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어떤 분이 회장이 되시더라도 훌륭한 식견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실 테지만, 주제넘게도 몇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첫 번째는, 문제해결에 앞서 '투쟁의 지속'이 집행부의 우선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전투의 한복판에 있는 상황에서, 안타깝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개개인은 문제해결과 투쟁을 등치시키게 된다. 투쟁만이 문제해결을 위한 유일한 해법이고, 그 반대는 아니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굉장히 위험할 뿐만 아니라 최전선에서 자신들을 희생하고 있는 후배들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14만 회원의 리더라면 최전선에 나서 후배들과 함께하면서도, 때로는 전투에서 잠시 벗어나 넓은 시야로 다양한 해결 방법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투쟁을 지속하고자 하는 노력에 앞서 투쟁은 어디까지나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임을 생각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두 번째는, 젊은 대한의사협회를 만들어주시길 건의드리고 싶다. 한 달 남짓 되는 기간 동안 전공의, 의대생으로 이루어진 우리 선거대책본부를 이끌면서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병원 밖 의료(정책 등)에 대한 협회 차원의 조기교육은 저위험-고수익의 전례 없는 투자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본부원들은 대외 일정 관리, 홍보, 이슈 서칭과 메시지 관리 등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부분에서도 주변 선배님들의 몇 번의 짧은 코칭만으로 매번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의대생들은 협회의 준회원이 되고, 젊은 의사들은 선배들로부터 협회 회무, 의료 정책 등을 배우며 향후 올바른 미래 의료환경을 만들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해 주시기를, 차기 회장께 꼭 부탁드린다. 이를 위해, 협회는 해당 분야에서 의협의 이름을 달고 젊었을 때부터 관련 타 직종(정부 관료, 언론, 기업 등)과 교류하며 올바른 의료의 방향성을 사회와 공유할 수 있도록 그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출구가 점차 희미해지는 상황에서도 뛰어난 능력과, 훌륭한 인품으로 의연히 이겨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지금 회장되는 분은 무얼 해도 좋은 소리 듣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선거 기간 동안 정말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직역을 대표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모든 후보님께 존경을 담아 인사드리며, 이제 한 전공의로서 멀리서나마 차기 회장님과 의협의 건승을 기원한다.

*위의 의견은 특정 후보나 본인 소속 캠프와 협의된 바 없으며,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관련기사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