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1년…해외 사례에서 본 효과적 해결책은?

발행날짜: 2025-02-18 05:30:00
  • 충북대병원 유효선 교수팀, 의사 집단행동 사례 연구 진행
    "협회 결속 강화·행정 조치 지연·홍보 집중 전략 주효"

의대 증원 반대로 촉발된 의-정 갈등 및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1년을 맞으면서 학술 영역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이미 의사들의 집단 행동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했던만큼 집단 행동의 당위성과 정부의 대응 사례를 통해 참고할만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충북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효선 교수 등 연구진이 진행한 정부 보건 정책에 대응하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 연구가 의학회 저널 JKMS에 17일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5.40.e90).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사단체와 정부 간 갈등은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최소 2000명 이상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로 촉발됐다.

전국 단위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일부 교수들도 사직 의사를 밝힌 것. 한국에서는 1956년 이후 15건의 집단 행동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로 확대해도 이같은 파업, 시위 등 집단 행동은 빈번하게 발생해 70개국에 걸쳐 3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됐다.

연구진은 정부 보건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행동을 조사한 연구는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 정부 보건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관한 기존 문헌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의대 증원 반대로 촉발된 의-정 갈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과거 의사 집단 행동 사례를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주요 의학 논문 게재 사이트인 PubMed, Embase, Scopus, Web of Science, KMbase, RISS에서 의사(예: 의사, 교육생) 및 파업(예: 시위, 파업)과 관련된 용어를 검색해 1974년부터 2023년까지 총 5248편의 논문을 검토하고 총 26편의 논문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연구 저자들은 주로 사회과학, 역사학, 법학, 공중 보건 행정 분야 전문가로 의사 집단 행동은 16개국에서 연구, 문서화됐다.

분석 결과 집단 행동에 참여한 의사들은 주로 5개 카테고리에 의해 참여했다.

▲사회화된 의료 정책에 대한 반대 ▲의료 민영화 정책에 대한 반대 ▲열악하거나 정체된 공공 의료 시스템 및 인프라에 대한 불만 ▲불합리한 의료 개혁에 대한 저항 ▲불평등한 의료 인력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다.

이와 관련 의사 파업에 대해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 집행 ▲갈등 선동 ▲부당한 정부 권력 사용을 통한 의사 탄압 ▲해결을 위한 중재자 사용 네 가지로 대응했다.

연구진은 "정부 대응은 정부가 권위주의적이든 민주적이든 상관없이 사용됐다"며 "의사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전략은 의사 조직 강화, 홍보 개선, 정부 정책 시행 방해, 가용 의료 인력 감축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특히 전 세계 의사들이 주로 더 나은 임금과 근로 조건을 요구하기 위해 산업적 조치를 취하는 반면, 한국 의사들은 주로 정부의 불충분한 보건 정책에 항의해 온 것이 특징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

실제로 한국 의사들은 2000년에 김대중 정부의 일방적이고 준비되지 않은 처방 및 조제에 관한 분리 제도 도입에 대해 집단적인 조치를 취했고 2014년에 원격 의료 도입을 포함한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민영화 시행에 반대한 파업 이후 2024년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강제 확대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집단 행동의 결과로 벨기에, 칠레, 브라질, 한국, 나이지리아, 뉴사우스웨일스(호주), 이스라엘, 폴란드, 브리티시컬럼비아(캐나다), 케냐,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의 의사들이 각국 정부와 합의했다.

연구진은 "어떤 경우는 대중의 공감과 의사들의 행동에 대한 지지가 의사들의 성공에 기여했다"며 "다른 경우는 결국 정부가 그들의 제안을 재협상하거나 철회하도록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라질과 칠레에서는 의사 파업은 정권 교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그러나 처음에는 일부 파업이 성공했지만 나중에는 실패로 돌아갔고, 벨기에에서는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를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비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서스캐처원(캐나다), 우크라이나, 짐바브웨, 영국, 엘살바도르에서는 집단 행동이 실패했는데 주된 이유로는 대중의 지지 부족이나 지속적인 정부의 압력이 꼽힌다.

따라서 성공한 주요 파업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연구진은 "의사들이 집단 행동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을 보면 의사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협회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며 "효과적인 집단 행동을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협회를 만들거나 기존 협회를 재구성하고 통합해 회원들 간의 의사소통을 개선하고 더 강한 소속감을 조성하는 동시에 파업 정책 준수를 보장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행정 조치를 지연시키기 위해 보고서를 제출해 입법을 저지하거나 지연시키는 전략 혹은 정책의 합헌성에 이의를 제기했다"며 "가용 의료 인력을 줄여 파업 기간 동안 긴급하지 않은 의료 서비스는 제한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들은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홍보에 집중했다"며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협상 내용을 포함한 소통 채널을 대중에게 개방해 의사들의 저항 이유와 파업의 목적을 공유했는데 이는 홍보의 중요성과 홍보 전문가의 역할을 강조한다"고 결론내렸다.

관련기사

학술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