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유포 의사 면허정지 1년 "시행령 만능주의"

발행날짜: 2025-03-31 05:30:00
  • 복귀 전공의·의대생 찬성 명단작성 행위 차단법 예고
    의료계 "타법에 명시 이중 처벌로 양형 과도…남용 우려"

보건복지부가 의료인 간 블랙리스트 유포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미 다른 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내용을 이중 처벌하는 것이며 양형 기준 역시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28일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품위손상 행위'를 신설한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5월 7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의료인의 품위손상 행위에 '의료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인터넷 매체‧SNS 등에 다른 의료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게시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보건복지부가 의료인 간 블랙리스트 유포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의료법 시행령을 예고하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의정 갈등이 심화하면서 사직·휴학하지 않은 전공의·의대생 명단이나, 여기에 찬성하는 의사의 신상을 유포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겨냥한 조치다.

앞서 소위 '감사한 의사'라는 이름의 블랙리스트에 이어, 복귀를 찬성하는 의사·의대생·교수 등 약 800명의 의료진 명단이 공개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관련 블랙리스트를 올린 피의자 48명을 특정하고 32명을 송치한 바 있다. 또 감사한 의사 명단 작성자는 구속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이 사태를 방조한 혐의를 물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폐쇄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 외에도 원천적으로 의료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막고자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한 것.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자는 12개월의 의사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이 같은 시행령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한 행위가 형사 범죄로 인정되더라도 대부분 초범에 해당하고, 처벌 역시 미미한 벌금형에 머무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법상 자격 정지 12개월은 성범죄 등 사회적으로 크게 지탄받는 범죄에 적용되는 수준으로, 온라인 게시 행위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품위손상 행위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의료 업무 방해 목적'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주관적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 이는 자의적 판단과 과잉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의료계 내부 고발이나 정책 비판이 의도치 않게 위반 소지가 될 경우, 의료인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입법예고 단계에서 의견 수렴이 진행 중인 만큼, 대한의사협회는 향후 복지부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다. 제재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더라도, 형평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처벌 수위부터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제도의 남용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변호사인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일종의 시행령 만능주의다.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과연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 되는지도 의문"이라며 "이는 원래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따로 규제하고 있다. 설령 위반한다고 해도 단순 고지 수준이면 대부분 초범이고, 전과가 없으면 벌금형 정도다. 이를 의사 면허 정지 12개월로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 처분 수위는 성범죄처럼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에나 적용되는 사안이다.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이런 범죄와 같은 수준으로 보겠다는 건 무리가 있다"며 "지금은 입법예고 단계고 의협 차원에서도 내용을 검토 중이다. 공식 의견 수렴 절차가 시작되면 문제점을 정리해서 반대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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