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앨버타대 연구진, 3357명 대상 복용시점 대규모 임상 진행
기존 선행연구 정면 반박…"복용 시간 환자 선호도에 맡겨야"
고혈압 환자가 아침이 아닌 잠들기 전 혈압약을 복용하더라도 심혈관질환 위험도 변화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침 전 혈압약 복용이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45%까지 낮춘다는 선행 연구를 정면 반박, 환자들의 약물 복용 시간대는 개인의 생활 패턴과 선호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는 것.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 스콧 개리슨 등 연구진이 진행한 항고혈압 약물 복용 시기에 따른 심혈관 사건 및 사망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JAMA에 12일 게재됐다(doi:10.1001/jama.2025.4390).
이번 연구는 '혈압약은 잠들기 전에 먹는 것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더 효과적이다'라는 가설을 정면으로 검증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2019년 발표돼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스페인의 'Hygia Chronotherapy 임상' 결과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해당 연구는 취침 전 혈압약 복용이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45%까지 낮춘다고 보고하며 기존의 치료 관행에 큰 변화를 예고했지만, 연구 설계의 편향 가능성과 비현실적인 효과 크기, 논문 재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의학계의 반신반의가 컸다.
이에 따라 보다 현실적인 진료 환경에서 장기간에 걸쳐 약 복용 시간과 심혈관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증할 필요성이 제기돼 새로운 연구인 BedMed 임상 진행됐다.
BedMed 연구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캐나다 5개 주 436명의 1차의료 의사를 통해 모집된 지역사회 고혈압 환자 3357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다기관, 개방형, 실용적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단 1회 복용의 항고혈압제를 매일 아침에 복용하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복용 시간을 취침 전으로 바꾸도록 무작위 배정(1:1)했다.
이중 1677명은 취침 전 복용군에, 1680명은 아침 복용군에 배정됐으며, 두 군 모두 중앙 추적기간은 4.6년으로 동일했다.
주요 평가 변수는 전체 사망, 뇌졸중, 심부전, 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인한 입원 또는 응급실 방문 발생까지의 시간으로 설정됐고, 이 외에도 낙상·골절, 인지 저하, 녹내장 등 저혈압 또는 허혈 관련 부작용 발생 여부도 비교됐다.
연구 결과, 주요 심혈관 사건 또는 전체 사망으로 이어지는 복합 평가 변수는 연간 환자 100명당 발생률 기준으로 취침 전 복용군 2.3건, 아침 복용군 2.4건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HR 0.96).
개별 심혈관 사건 항목들, 전체 입원 및 응급실 방문 건수, 안전성 평가 항목에서도 두 군은 통계적으로 유사했으며, 특히 낙상이나 골절, 새롭게 진단된 녹내장, 18개월 추적 관찰 동안의 인지 기능 저하에서도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일차 진료에서 고혈압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항고혈압 약물의 취침 시간 투여는 안전했지만 심혈관 위험을 줄이지는 못했다"며 "항고혈압 약물 투여 시간은 혈압 강하 약물의 위험과 이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복용 시간은 환자의 선호에 따라 안내돼야 한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