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롤린스카 연구소, PIK3CA 변이 환자 대상 첫 무작위 임상 진행
3년간 복용 시 무재발 생존율도 향상…부작용 관리 필요
저용량 아스피린이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국소성 대장암 환자의 재발 위험을 절반 가까이 낮추는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PIK3CA 엑손 9 또는 20의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위약 대비 유의한 효과가 확인됐으며, PI3K 경로 내 다른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도 비슷한 혜택이 관찰됐다.
스웨덴 스톡홀름 카롤린스카 연구소 안나 마틀링 등 연구진이 진행한 PI3K 유전변이 대장암에 대한 저용량 아스피린 투약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NEJM에 17일 게재됐다(DOI: 10.1056/NEJMoa2504650).
PIK3CA 변이는 PI3K(Phosphatidylinositol-3-kinase) 효소의 p110α 촉매 서브유닛을 암호화하는 유전자(PIK3CA)에 생긴 돌연변이를 말하는데, 이 유전자는 세포의 성장, 증식, 이동, 생존 같은 신호 전달 경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당 변이가 있으면 특정 약물 반응성에도 차이가 발생, 아스피린 사용 시 대장암 재발률 감소 효과가 PIK3CA 변이 종양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연구들이 나온 바 있다.
연구진은 대장암에 있어서 아스피린의 억제 효과가 여러 관찰연구에서 제기돼 왔지만 대부분 후향적 분석에 의존해 왔다는 점에서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한 직접적인 검증에 나섰다.
연구팀은 I~III기 직장암과 II~III기 결장암 환자 중 PI3K 경로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임상을 수행했다.
피험자는 하루 160mg 아스피린 또는 위약을 3년간 복용하도록 배정했고 PIK3CA 엑손 9 또는 20의 핫스팟 변이(A군)와 그 외 PIK3CA·PIK3R1·PTEN 변이(B군)로 구분해 분석이 이뤄졌다.
총 2980명의 환자 중 1103명(37.0%)에서 PI3K 경로 변이가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626명이 연구에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A군 314명, B군 312명이 아스피린 또는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연구 결과 A군 환자에서 3년 내 누적 재발률은 아스피린군 7.7%, 위약군 14.1%로 나타났으며, 위험비(HR)는 0.49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B군 환자에서도 아스피린군 7.7%, 위약군 16.8%로 재발률이 크게 낮아졌으며, 위험비는 0.42였다.
무재발 생존율(DFS) 역시 개선됐는데, A군은 아스피린군 88.5%, 위약군 81.4%(HR 0.61), B군은 아스피린군 89.1%, 위약군 78.7%(HR 0.51)로 확인됐지만 아스피린군에서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이 16.8%로, 위약군(11.6%)보다 다소 높았다.
연구진은 "PIK3CA 엑손 9 또는 20 변이를 가진 국소성 대장암 환자에서 저용량 아스피린은 재발을 유의하게 억제하는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며 "다른 PI3K 경로 변이에서도 비슷한 혜택이 확인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