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저 사진 기반 딥러닝 바이오마커 'Reti-CVD', 비허혈성 심근병증 위험도 예측
여성 심부전 환자서 미세혈관 기능장애 두드러져…비침습적 심혈관 평가 도구로 부상

심부전 환자의 눈을 통해 심혈관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바이오마커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침습적으로 눈을 촬영, AI 기반 망막 바이오마커를 통해 미세혈관 이상 여부를 측정하고 심부전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어 주요 혈관 질환의 위험을 비침습적으로 관리하는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
16일 대한심장학회는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KSC 2025)를 개최하고 최근 병의원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안저 검사 망막 이미지 기반 혈관 및 대사 건강을 평가하는 AI의 활용성에 대해 논의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이주연 등 연구진은 딥러닝 기반 망막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심부전 환자의 동맥경화 위험 예측(Evaluation of a Deep Learning–Based Retinal Biomarker, Reti-CVD)'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심부전 자체가 허혈성 원인과 관계없이 미세혈관 이상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된 Reti-CVD는 단순히 안저 사진을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관상동맥 석회화 수치(CAC score)와의 상관관계를 학습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심혈관 위험을 추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마커다.
이 연구원은 "기존의 관상동맥 CT와 달리, Reti-CVD는 망막 영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비침습적이고 방사선 노출이 없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며 "외래 진료실에서도 간단히 시행할 수 있는 접근 가능한 심혈관 위험 평가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연세이대 심장혈관센터에서 Reti-CVD 검사를 받은 심부전 환자와 고혈압 대조군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좌심실 박출률(LVEF) 50% 미만의 환자 중 비허혈성 심근병증(NICM) 143명, 허혈성 심근병증(ICM) 76명, 그리고 구조적 심질환이 없는 고혈압 환자 594명이 포함됐다.
모든 대상자는 망막 촬영 후 AI 분석을 통해 Reti-CVD 점수를 산출하고, 연령과 성별을 반영한 기준에 따라 저위험, 중간위험,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NICM 환자의 Reti-CVD 점수 중앙값은 41.4로 대조군(38.9)보다 유의하게 높았으며(p=0.006), 고위험군 비율 또한 52.4%로 대조군(39.6%)보다 높았다.
특히 여성 환자에서 차이가 뚜렷했다.
여성 NICM 환자의 평균 Reti-CVD 점수는 41.4로, 대조군 여성(37.9)보다 높았고, 고위험군 분포 역시 53.3% 대 34.2%로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 남성에서는 NICM과 대조군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성별 차이는 여성 심부전 환자에서 관상동맥이 막히지 않더라도 미세혈관 기능 장애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기존의 관찰 연구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한편 ICM 환자는 NICM보다 평균 연령이 약간 높았지만(65세 vs 62세), 남성 비율이 95%에 달했고 Reti-CVD 점수 역시 44.4로 NICM(41.4)보다 높았다.
고위험군 분포도 67.1%로 NICM보다 높았으며, 이러한 차이는 남녀 모두에서 일관되게 유지됐다.
이주연 연구원은 "Reti-CVD가 단순히 관상동맥 협착 여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혈관 염증과 미세혈관 손상을 포착하는 지표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기기 앞에 앉아 눈 사진 한 장만 찍으면, AI가 나이와 성별 정보를 함께 입력받아 자동으로 위험도를 산출한다는 점에서 Reti-CVD의 임상적 잠재력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향후 심부전 환자에서 허혈성·비허혈성 원인을 감별하거나 주요 심혈관 사건(MACE) 위험을 예측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며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도 Reti-CVD가 상승했다는 것은, 심부전이라는 질환 자체가 내피 염증이나 미세혈관 기능 장애 같은 비허혈성 병태와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여성 환자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 점은 최근 심부전 병태생리에 있어 성별 차이가 중요하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혈관이 막혔느냐가 아니라, 전신의 미세혈관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