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료 붕괴…정권 문제 아냐

발행날짜: 2025-10-27 05:00:00
  • 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역·필수의료 붕괴가 주요 화두가 됐다. 그 원인과 대책은 이전 정부의 정책 실패와 공공의료 강화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의사들의 시각은 다르다. 지역·필수의료 붕괴는 의료계가 2000년대 초반부터 경고해오던 문제기 때문이다.

당시 의료계에선 저수가 정책이 지속되면서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는 젊은 의사들의 기피와 이탈로 이어져, 필수의료 시스템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2010년대부턴 지역 간 의료 격차 심화 및 붕괴 경고가 시작됐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으로 지역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심화면서다. 1998년 폐지된 진료권 제도의 부작용이 이때부터 가시화했다는 진단이다.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 저하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이는 다시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하게 하는 악순환이 됐다.

지금의 지역·필수의료 문제는 지난 20년간의 의료계 경고를 무시한 결과인 것. 이를 특정 정권의 정책 실패로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은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

의료계가 지적하는 지역·필수의료 붕괴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재정 통제다. 여기에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소송과 고액 배상 판결이 늘어났으니 의사들이 위험성이 큰 의료 분야를 떠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의료계 경고를 직역 이기주의로 치부하며 정책 추진하는 동안, 현장의 신뢰는 계속해서 균열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한 가지 사건 때문만이 아닌, 이런 균열이 중첩된 결과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있고 2000명 증원이 타당했다면 의사들은 병원을 뛰쳐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땜질식 처방이나 정치적 책임 공방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의 지역·필수의료 붕괴는 구조적 문제가 오랜 기간 누적돼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탓할 대상이 아닌, 같은 정책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현장의 신뢰가 사라진 상황에선 어떤 정책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이는 공공의료 강화도 마찬가지다. 이제 필수의료 시스템의 회복은 개별 의사의 사명감에 의존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결정 주체로 대화해야만 과거의 불신을 넘을 수 있다.

감정의 골은 정상화의 길을 더욱 멀어지게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를 겨누는 단어가 아니라, 의료제도를 복원하는 구조적 접근이다. 공공성은 단순히 정책이 아니라 현장의 동의와 참여 속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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