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우 세무회계 리안 대표 세무사

의료기관 노무관리 관점에서 본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의미
최근 병·의원 현장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나 일부 중견기업의 제도로만 인식되던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이제는 병·의원과 같은 전문직 사업장에서도 현실적인 복지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복지 확대라기보다, 의료기관이 직면한 인사·노무 환경 변화와 맞닿아 있다.
병·의원은 일반 사업장과 다른 구조적 특성을 갖는다.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코디네이터, 원무·행정 인력 등 다양한 직군이 함께 근무하며, 근속연수와 근무 형태의 편차도 크다. 여기에 교대근무, 감정노동, 출산·육아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복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관리 요소가 되고 있다.
병·의원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주목받는 이유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근로복지기본법에 근거한 제도로, 병·의원이 자발적으로 재원을 출연해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하는 독립된 기금이다. 중요한 점은 이 기금이 임금이나 법정수당을 대체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즉, 급여와 분리된 구조로 복지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병·의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실제 병·의원 현장에서는 "복지를 제공하면 나중에 임금성으로 인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이러한 부담을 제도적으로 차단해 준다. 복지를 제도화함으로써 병원은 '임금'과 '복지'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할 수 있고, 직원 역시 이를 '추가 임금'이 아닌 '제도적 혜택'으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제공되는 복지 혜택은 단기적인 만족을 넘어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도화된 복지는 병원에 대한 신뢰와 소속감을 높이고, 이는 이직률 감소로 이어진다. 숙련 인력 이탈로 인한 진료 공백과 재교육 비용을 줄이는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이는 인력 운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병원 운영 전반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진료 품질과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비용이 아니라 병원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라 할 수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장점은 현행 통상임금 제도 하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24년 12월 대법원은 통상임금 판단 기준 중 하나로 기능해 온 '고정성' 요건을 폐기했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가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받기로 정한 금액으로, 퇴직금과 시간 외 근로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동안 법원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중심으로 비교적 엄격하게 해석해 왔다. 그러나 고정성 요건이 폐기되면서 통상임금의 범위는 대폭 확대됐고, 그 결과 종전에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던 정기상여금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곧 사업주의 임금 및 4대 보험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병·의원 원장들은 새로운 임금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원은 4대 보험료 부과 대상이 아니며, 병원이 출연한 금액은 비용으로 처리된다. 또한 증여세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근로자 수가 많거나 급여 수준이 높고, 이미 다양한 급여성 복지를 운영하고 있는 병·의원의 경우 도입 시기가 늦어질수록 상대적인 손실이 커진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제도의 실익은 분명한 것이다.
병·의원에서의 사내근로복지기금 활용 방향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하며 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개별 사업장의 선택을 넘어 인적자원 안정과 근로복지 강화를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이는 복지가 선택이 아닌 전략의 영역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병·의원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은 특정 복지 항목을 단순히 늘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복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체력 증진을 위한 체육·문화생활비, 의료비 지원, 장기근속자 복지 프로그램, 출산·육아 지원 등은 병·의원 현장에서 수요가 높은 영역이다. 다만 모든 지원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복지 목적'임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설계돼야 한다.
아울러 기금 운영에서는 근로자 간 형평성과 투명성이 핵심이다. 합리적 기준 없이 특정 직군이나 일부 직원에게만 집중된 지원은 오히려 내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기금 규정 단계부터 지원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는 운영 구조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