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정심 4000명 중반 증원 추계 결과로 기존 입장 재확인
의협과 대의원회 실력행사 배수진…차기 회의 '분수령'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정부가 4000명대의 의사 부족 수 추계를 인용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의료계와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전망치에서 크게 변한 게 없는 데다가 의사협회는 이와 같은 왜곡된 자료를 근거로 무책임한 결정을 강행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행동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어 사실상 강 대 강 맞대결 양상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제6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개최해 2037년 기준 의사 부족 규모를 4262명에서 4800명 선으로 공식화하며 의대 증원을 위한 막바지 행보에 돌입했다.
복지부는 다음 주 추가 논의를 통해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의료계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규모라는 점에서 의료계와의 정면 충돌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정부가 당초 2040년 최대 1만 1136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던 의사 부족 전망치를 4000명대로 대폭 하향 조정하며 현실적인 접점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의료계의 예상치 500명대와는 여전히 거리감이 있다는 것.

보정심은 2027학년도 이후 의사인력 양성 규모 중 기존 모집 인원인 3058명을 초과하는 증원분 전체에 대해 지역의사제를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단순한 숫자 늘리기를 넘어 지역 및 필수의료 붕괴를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입시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의과대학 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대학별 증원 상한을 설정하고 국립대와 소규모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차등 배정하는 전략도 택해, 의대 교육 여건 현실상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피하고자 했다.
정부의 세밀한 설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의협과 대의원회는 그동안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 추진에 대해 수차례 경고를 날리며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배수진을 쳐 왔지만 추계치의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앞서 의협은 정부가 제시한 4000명대 부족 추계가 현장의 목소리를 왜곡한 부실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현재의 교육 인프라로는 수천 명의 신입생을 추가로 받아들이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가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500명 안팎의 증원 폭과 정부안 사이의 간극은 사실상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
전례를 볼 때 의료계는 정부의 최종 발표 직후 대대적인 투쟁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협은 이미 "정부가 무책임한 결정을 강행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중요한 것은 전체 의사 수가 아니라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과를 선택하는 전공의 수"라며 정부가 지방의료 강화를 위해 서울 지역 전공의 정원을 줄이고 지방 병원 정원을 늘렸지만, 실제 지원은 오히려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정원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대의원회는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당장의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변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이러한 변화가 없을 경우, 대의원회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의원회 역시 집행부의 강경 노선에 동조하고 있어 차기 회의에서 4000명대의 증원이 확정되면 의협은 예정된 장외 투쟁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그간 의료계가 보여온 투쟁의 방법론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임시총회를 소집해 회원들의 투쟁 의지를 결집한 뒤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신설, 의협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집단 휴진이나 준법 투쟁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와 의협 모두 출구전략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지난 정부 당시 겪었던 극심한 의정 갈등의 재판, 즉 '의정 갈등 시즌 2'의 서막이 될 가능성도 제시된다.
정부는 수급 추계 수치를 낮추며 나름의 명분과 과학적 근거를 쌓았다고 주장하지만, 당초 2040년 의사가 최대 1.1만명이 부족하다는 추계는 의료계의 압박에 의해 한달새 4000명대의 '고무줄 추계'로 전락하는 촌극을 벌인 바 있다.
정은경 장관이 "의사 양성 규모 확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복원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하며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양측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의사협회는 다음 주 예정된 보정심의 최종 결정을 보고 대응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