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돌봄의원 신동일 원장
발행날짜: 2026-03-16 05:00:00
  • 돌봄의원 신동일 원장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부터 시행되었다.

시행 후 연명의료 중단 건수는 2018년 3.1만 건(사망자 대비 비중 10.6%)에서 2024년 7.0만 건(19.6%)으로 증가하였고 2025년 8월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는 300만 명(19세 이상 인구 6.8%)으로 나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생애 말기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점으로 환자, 보호자, 의료진, 돌봄 제공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행 시기와 관련된 혼란은 법 제정 시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연명의료 유보·중단의 이행은 임종기에서만 가능하다. 이행 시기와 관련하여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와 그 밖에 담당 의사가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임종기에서만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이행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입장,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이 이행되는 현장과 최근 발표된 김태경 등의 보고서(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환자 선호와 의료현실의 괴리, 그리고 보완방안)를 살펴본다.

의료행위는 신체 침습을 동반한다.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를 거쳐 침습적인 의료행위는 그 정당성을 확보한다.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는 거부를 전제로 하며 이러한 거부는 연명의료 유보·중단의 윤리적·법적 토대를 이룬다.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 없는 신체 침습은 고문이 있고 예외적으로 응급의료법, 감염병예방법에서 가능하다.

임종기에서만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적법하게 유보·중단할 수 있다면 그 이전에 유보·중단하는 것은 불법적인가? 그리고 비윤리적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비윤리적이지는 않다.

먼저, 대한의사협회의 연명의료 유보·중단에 대한 입장을 살펴본다.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 환자의 인격과 자기결정권을 존중, 죽음을 앞둔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환자가 인간답게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선언하였고 의사윤리지침에서는 제35조 "말기 환자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 말기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인 KMA POLICY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지'에서 "연명의료 중지에 대한 논의는 환자의 치료 거부권의 맥락에서 논의해야 하며, 환자의 죽을 권리와 연결 지어서는 안 된다. 연명의료 중지에 대한 논의는 임종기 환자 혹은 말기 환자 등 환자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 환자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경우 환자의 치료 거부권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2024년 7월 대한의사협회는 남인순 의원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와 말기 환자의 구분을 없애고, 말기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여 환자가 존엄하고 편안하게 생애 말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법안(의안번호 2201001)에 대하여 "말기 환자로의 통칭·통합을 통해 환자의 최선의 이익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 환자의 존엄과 가치를 드높이고 보호하도록 하여야 할 것"으로 찬성 의견을 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의 전문성과 전문가적 양심에 기초한 판단을 바탕으로 말기에서도 연명의료의 유보·중단이 가능함을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천명하고 있으나 현실의 법 적용은 그렇지 않다.

허대석 교수 등은 '연명의료결정법 적용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서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실제 현장에서는 임종 과정을 명확히 진단하는 것은 어렵다. 임종 과정이라는 애매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다리다가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잔여 생명의 예측은 불확실성이 큰 영역이기 때문에 예측되는 잔여 생명 기간을 기준으로 말기, 임종 과정을 구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은 의학적 쟁점이 없는 상태로 대부분의 나라가 최선의 이익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두 가지 상황은 엄격히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말기'로 통일되어야 한다"라고 하여 말기로의 통일을 주장하였다.

2025년 12월 11일, 김태경 등은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환자 선호와 의료현실의 괴리, 그리고 보완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현행법은 이행 시점을 '임종기'로 한정하고 있어 국제 기준에 비해 적용 범위가 좁다는 지적,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의 주요국은 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 상태에서도 환자 또는 가족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 결정 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다. 임종기 이전 단계에 있더라도 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행 요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였다.

의료전문가 단체와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 그리고 정부 출연 연구소가 한목소리로 말기로의 통일·통칭을 주장함에도 그 목소리를 외면하면 원하지 않는 신체 침해를 동반한 연명의료가 지속되면서 국민이 고생한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 시기가 임종기에서 말기로의 통일·통칭이 하루빨리 실현되어 말기에서도 연명의료의 유보·중단이 가능해져 환자의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존중받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보호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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