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호 칼럼위원
KMA폴리시 특별위원

[메디칼타임즈=손문호 칼럼위원]얼마 전 한 중앙지는 「올해 '입학생 0명' 초등학교 전국에 210곳… 5년 전보다 81% 늘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충격적인 통계를 보도하였다.
전국 210개 초등학교에 올해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단순한 교육 현장의 위기가 아니다. 이는 지역 공동체의 존립 기반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출생이 멈춘 지역에서 과연 의료는 유지될 수 있는가. 특히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와 같은 필수의료 영역은 어떤 전제 위에서 존속할 수 있는가. '신입생 0명'이라는 숫자는 교육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부터 다시 묻게 만드는 질문이다.
1. 소아청소년과: 수요가 사라진 진료과
소아청소년과는 출생아 수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진료과이다. 출생아가 연간 수십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군 단위 지역에서는 외래 수요 자체가 형성되기 어렵다. 영유아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경증 감염 질환 진료는 소아청소년과 의원 운영의 기반이지만, 아동 인구가 급감하면 이 구조는 유지될 수 없다. 응급·중증 환자는 이미 광역 거점병원으로 이송되고 있으며, 지역 내에서 완결되는 소아 진료 체계는 점차 해체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외래 환자 수가 확보되지 않는 한, 의원급 운영은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는 사명감이나 정책적 의무 배치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 기반이 붕괴된 구조적 현실이다.
2. 산부인과: 인프라의 붕괴와 재건의 어려움
산부인과는 더욱 복합적인 조건을 요구한다. 분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전문의 상주 체계, 마취과와 소아과의 협진, 수술실과 신생아실 운영, 응급 대응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높은 의료사고 보험료 부담까지 더해진다. 연간 분만 건수가 극소수에 불과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분만실이 폐쇄되었고, '분만 취약지'를 넘어 '분만 불모지'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분만실이 닫히는 순간 숙련 인력은 지역을 떠나고 협진 체계는 해체된다. 재건은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다.
3. 의사 수 증원은 해법이 될 수 있는가
의료정책은 흔히 "의사가 부족하다"는 전제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 인력 부족을 원인으로 규정하고, 의과대학 정원 확대나 지역 배치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는 지역에서 문제의 본질은 과연 의사 수에 있는가. 그곳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은 의료 인력이 아니라 의료를 성립시키는 인구 기반이다. 출생이 멈춘 지역에서는 소아 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분만 건수 역시 유지될 수 없다. 마취과·소아과 등 협진 체계도 붕괴된다. 결국, 남는 것은 응급 상황에서의 이송 체계뿐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단순히 의사를 배치하는 정책은 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필수의료는 특정 인력 1인의 존재만으로 완성되는 체계가 아니다. 이는 인구 규모, 지역 경제, 협진 인력, 응급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생태계 위에서만 유지된다. 생태계가 붕괴된 자리에서는 공급 확대가 아니라 구조 재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4. 필수의료의 재정의와 체계 전환
신입생 0명 지역에서 의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과거의 인구 구조를 전제로 "지역마다 동일한 병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첫째, 광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통합 분만·소아 진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진료 건수를 확보할 수 있는 중심 병원에 자원을 집중하고, 고위험 환자를 신속히 이송하는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
둘째, 고위험 산모와 소아 환자를 위한 응급 후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 이송을 넘어 의료진 동승, 신속 전원 프로토콜, 정보 공유 체계가 포함된 통합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셋째, 순회 진료와 원격 모니터링을 결합한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상시 상주 인력으로 모든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주기적 방문 진료와 디지털 기반 건강 관리 체계를 통해 최소한의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지역 보건소 기능을 고도화하여 예방 중심의 1차 건강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일수록 치료 중심 구조보다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 증진 기능이 중요해진다.
이제는 분산형 공급 모델에서 밀집형·집중형 안전망 모델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맺음말
「입학생 0명 초등학교 210곳」이라는 통계는 교육 정책의 경고가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공간에서 필수의료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없이 단순한 의사 수 증원만을 반복한다면,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게 될 것이다. 필수의료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그리고 그 구조는 지금, 근본적인 재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