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 법원은 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나

정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발행날짜: 2026-03-16 05:00:00
  • 정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메디칼타임즈=정재훈 변호사] 의료 현장에서 '관행'이라는 단어는 때로 법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특히 치과 진료 과정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는 '자가혈 치료술'은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지지만, 이를 누가 수행하느냐에 따라 법적 책임은 하늘과 땅 차이로 갈린다.

최근 판결은 치과위생사에게 채혈을 지시한 치과의사에게 내려진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며, 의료인의 업무 범위에 대한 엄격한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치과위생사의 채혈 행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였다. 원고인 치과의사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것'에 해당하므로 15일의 자격정지가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이를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것'으로 보아 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의료기사에게 그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때'에 의료인이 직접 해야 하는 의료행위를 의료기사에게 시술하도록 하는 경우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였다.

재판부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치과위생사에게 채혈을 지시한 행위가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먼저 치과위생사에게 채혈을 지시한 행위가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① 의료기사가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와 ② 의료기사 이외의 자가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① 의료기사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는 15일의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반면, ② 의료기사가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는 3개월의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게 된다. 그런데 의료기사의 종류도 다양하고 의료행위의 범위도 매우 넓으므로 의료기사라 하더라도 허가된 업무 범위 외의 업무에 대하여는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없고, 의료기사가 아닌 자가 해당 업무를 하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 보건위생상 위해 가능성이 낮다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그 제재 양정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어 부당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치과위생사에게 채혈을 지시한 행위가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① 의료기사가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와 ③ 의료인이 면허범위를 벗어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의료기사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 15일의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반면, ③ 의료인이 면허 범위를 벗어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3개월의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게 된다. 의료기사로 하여금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 의료인이 면허 범위를 벗어나 의료행위를 하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 보건위생상 더 큰 위해가능성이 초래될 수 있음에도, 의료인이 면허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하였을 때보다 훨씬 경미한 행정처분기준을 적용받게 되어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의료기사에게 그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때'란 의료인이 진료기록부를 의료기사로 하여금 대신 작성하도록 하는 경우와 같이, 의료행위 외에 의료기사의 업무범위에 속하지 아니하면서 의료인이 직접 하여야 하는 업무를 의료기사가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그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며, 관련 규정의 해석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570명의 환자에게 수행된 채혈 지시는 결국 3개월의 자격 정지라는 무거운 결과로 돌아왔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을 거울삼아, 지금 우리 병원에서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분업이 혹시 '위험한 관행'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법은 현장의 사정보다 면허의 원칙을 더 무겁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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