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손상관리센터 출범 1주년 성과 발표, '공격적 예산 투자' 절실
이성우 센터장 "손상예방법 근거 운영, 미래 향한 투자로 봐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사고가 발생한 뒤 치료하는 체계를 넘어, 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 원인을 추적하고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국가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합니다."
질병관리청이 주관하고 고려대 안암병원이 수탁 운영하는 '중앙손상관리센터(이하 센터)'가 공식 출범 1주년을 맞았다.

16일 초대 센터장을 맡은 이성우 고대안암병원 진료부원장(응급의학과 교수)은 지난 1년의 성과를 '국가 손상관리 컨트롤타워의 기틀을 다진 시기'로 정의하며,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손상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센터가 분석한 국가 손상 감시 데이터에 따르면, 손상으로 인한 보건의료 현장의 부담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2023년 기준 손상으로 외래 및 입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355만 명으로, 이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경제적 손실 규모도 막대하다. 2023년 손상 관련 연간 진료비는 6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3.6조 원)과 비교해 약 2배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특히 자살, 운수사고, 추락 등을 포함한 손상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21조 원에 달해, 암이나 심뇌혈관 질환을 제치고 전체 질병군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성우 센터장은 "손상은 발생 시 중증 장애나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생산가능인구의 손실이 크다"며 "연간 6조 원이 넘는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발생 후의 처치보다 발생 자체를 막는 과학적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센터는 지난 1년간 파편화돼 있던 국가 손상 통계를 통합 분석해 생애주기별 핵심 과제를 도출했다. 분석 결과 고령화에 따른 낙상 사고와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혔다.
노인 손상의 경우, 75세 이상 고령층의 손상 입원율은 인구 10만 명당 7845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65~74세(4119명)와 비교해 약 1.9배 높은 수준이다. 고령층 낙상은 단순 골절을 넘어 장기 입원과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만큼, 센터는 보건소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노인 낙상 예방 전문가' 양성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층의 지표는 더욱 심각하다. 10~19세 청소년 자살 사망률은 2014년 30.5명에서 2024년 60.9명(인구 10만 명당)으로 10년 사이 2배나 폭증했다. 특히 자해·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청소년 중 51.8%가 정신과적 문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센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 등 유관 부처와 연계해 학교 안전 교육 체계를 재정비할 방침이다.
센터는 향후 5년간의 국가 손상관리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2030 로드맵'을 추진한다. 주요 목표는 현재 인구 10만 명당 54.4명인 손상 사망률을 38.0명까지 30% 이상 낮추는 것이다. 비의도적 손상 입원율 또한 현재 대비 10% 이상 저감을 정량적 목표로 설정했다.
실행 전략으로는 ▲국가 손상데이터 통합 허브 고도화 ▲독성물질관리 전문가 등 전문 인력 양성 ▲지역사회 기반 손상 예방 프로그램 표준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2026년부터는 전국 17개 시·도에 지역손상관리센터를 단계적으로 설치해, 중앙의 정책이 지역 현장에 즉각 반영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로드맵의 추진 동력은 법적 근거에서 나온다. 센터의 출범은 2024년 제정된 '손상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손상예방법)'이라는 법적 토대 위에서 이뤄졌다. 그간 부처별로 분산 관리되어 한계를 보였던 손상 관련 정책을 통합할 전문기관으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있는 예산 증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성우 센터장은 센터의 성과를 단기간에 평가하기보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당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예산 투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손상은 사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반복적으로 경고된 위험의 결과이며, 개입하면 줄일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공공 위험"이라며 "연간 21조 원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인 만큼, 정부가 손상 예방 사업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고 과감한 예산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