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질심 희비 가른 데이터 성숙도...보조요법 급여 나침반

발행날짜: 2026-05-28 12:10:44
  • 7년 임상연구 쌓은 '버제니오' 기준 마련, 5년 '키스칼리' 미설정
    재정 지속가능성 속 '축적된 시간'이 기준 설정 승패 갈랐다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보조요법(Adjuvant)' 적응증을 보유한 치료제들의 건강보험 급여 확대 심의에서 약제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글로벌 임상 현장에서는 조기 단계 치료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으나, 국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정부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넘는 데는 약제마다 차이를 보이는 양상이다.

왼쪽부터 한국릴리 버제니오, 한국노바티스 키스칼리 제품사진이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6년 제5차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를 열고 상정된 주요 치료제들의 급여기준 설정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번 심의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은 단연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시장이다.

심의 결과, 한국릴리의 CDK4/6 억제제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가 마침내 세 번의 실패 끝에 급여 확대 기준을 확보했다. 구체적인 적응증은 'HR+/HER2-, 림프절 양성의 재발 위험이 높은 조기 유방암 성인 환자의 보조 치료로서 내분비 요법과 병용'하는 조건이다.

그러나 같은 날 심의 테이블에 올랐던 다른 조기암 보조요법 약제의 처지는 180도 달랐다.

동일하게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급여 확대를 신청했던 한국노바티스의 '키스칼리(리보시클립)'는 암질심의 벽을 넘지 못하고 '급여기준 미설정' 성적표를 받았다.

키스칼리는 '재발 위험이 높은 2기 및 3기 조기 유방암 환자 대상 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 보조요법'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실패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급여 필요성 여론이 조성되는 듯했으나 결국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여기에 함께 거론돼 왔던 한국로슈의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퍼제타(퍼투주맙)'의 수술 후 보조요법 급여 확대 안건은 이번 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퍼제타는 선별급여 적용 등을 두고 정부와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수년째 공전 중인 대표적 사례다.

이 밖에 비소세포폐암 영역에서 완치 목적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영역 확장을 노렸던 한국로슈의 ALK 표적치료제 '알레센자(알렉티닙)' 역시 급여기준 마련에 실패했다.

제약업계에서는 버제니오와 키스칼리의 엇갈린 암질심 판단을 두고 데이터의 성숙도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버제니오의 경우 그동안 급여 확대의 걸림돌로 꼽혔던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 데이터를 확보하며 정당성을 다졌다. 실제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에서 발표된 monarchE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앙 추적기간 6.3년 시점에서 내분비(ET) 단독요법 대비 버제니오 병용요법이 사망 위험을 15.8%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7년 생존율은 각각 버제니오 병용요법 86.8%, 내분비 단독요법 85.0%로 절대 차이는 1.8%였다.

암질심 입장에서도 7년에 달하는 압도적인 장기 추적 관찰 데이터가 유효성 확보에 확신을 준 셈이다.

반면, 키스칼리는 버제니오와 비교했을 때 암질심이 요구하는 임상적 데이터의 숙성 기간을 충족하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3상인 NATALEE 연구 등을 통해 침습적 무질병 생존(iDFS) 개선은 입증했으나, 추적 관찰 기간이 아직 5년 미만(4년 안팎)에 머물러 있어 위원들을 완벽히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예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심의 결과는 각 제약사가 증명해 낸 '임상 데이터의 축적된 시간과 질적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조기암 영역일수록 장기 생존율을 가늠할 데이터가 필수적인데,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데이터 격차는 약제 간의 신뢰도와 성숙도 면에서 차별성을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결국 키스칼리는 데이터를 한층 더 보완하고 보강해서 향후 재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 같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비용 효과성을 철저히 따져야 하므로, 근거가 명확한 약제부터 우선 승인하는 기조가 작용한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관련기사

제약·바이오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