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오플로우…몇 년만에 회생 불씨 살리나

발행날짜: 2026-06-02 05:20:00
  • 인슐렛과의 800억원대 소송전 항소 법원에서 전면 뒤짚혀
    메드트로닉 인수 무산-판매 중단 위기 극복 여부 관심 집중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1000억원에 달하는 특허 소송에 휘말리며 존폐 위기에 몰렸던 이오플로우가 수년 간의 소송전 끝에 회생 가능성을 열어 주목된다.

미국 항소법원이 인슐렛(Insulet)의 승소 판결을 뒤집고 이오플로우 손을 들어줬기 때문.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이 이오플로우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오플로우가 800억원대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서 반전을 이뤄내면서 과연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사진=AI 생성).

1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은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서 기존의 배상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판결로 지난해 내려졌던 약 5940만달러(약 800억원) 규모의 배상 명령도 무효화됐다.

그렇다면 무엇이 판결을 뒤짚은 것일까. 핵심은 영업비밀 침해 여부 자체보다 소송 시점으로 갈렸다.

인슐렛은 지난 2023년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오플로우가 자사 출신 인력을 영입해 옴니팟(Omnipod) 관련 기술을 활용했고 이를 기반으로 경쟁 제품인 이오패치(EOPatch)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에 대해 1심 배심원단은 인슐렛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이오플로우에게는 5940만 달러의 배상금이 내려졌다. 당초 배상액으로 산정했던 4억 5200만달러에 비하면 상당히 감액된 금액이지만 이오플로우에는 치명적인 금액이었다.

여기에 판매 금지 성격의 영구 금지 명령(permanent injunction)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인슐렛이 문제를 인지한 시점이 2019년으로 보인다며 2023년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영업비밀보호법상 3년 시효를 넘겼다고 판단했다.

결국 영업 비밀을 침해했는지를 떠나 청구 자체가 시효 만료 상태라는 이유로 판결이 뒤짚힌 셈이다.

이번 판결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이 소송이 이오플로우에 미친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오플로우는 국내 최초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개발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기업이다. 주력 제품인 이오패치는 튜브가 없는 웨어러블 인슐린 전달 장치로 인슐렛의 옴니팟과 유사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한때 시장 기대도 상당했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1위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은 2023년 이오플로우를 약 7억3800만달러(약 1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메드트로닉이 패치펌프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오패치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인슐렛 소송이 본격화되면서 메드트로닉이 인수 계약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당시 메드트로닉은 계약상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소송 리스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후 이오플로우는 기업 가치가 급격히 흔들렸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상되기 시작됐다.

당시 법원이 내렸던 영구 금지 명령이 유지될 경우 이오패치 글로벌 판매 자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소 법원이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짚으면서 이오플로우를 압박하던 핵심 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영구 금지 명령이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패치형 인슐린펌프 시장은 성장성이 매우 큰 분야로 꼽힌다.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자동 인슐린 전달(AID)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패치펌프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오플로우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제품을 개발한 이오플로우는 시장 경쟁보다 법적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이번 판결로 숨통을 틀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이번 판결이 인슐렛이 옴니팟 5를 포함한 대규모 리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따는 점이다.

실제로 인슐렛은 일부 제품에서 인슐린 누출 문제가 발생하면서 약 700만개 규모 제품을 리콜중인 상태다. 안전성과 기술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즉, 인슐렛은 품질 이슈에 휘말린 동시에 경쟁 기업인 이오플로우에게 예상치 못한 패배까지 당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이오플로우는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최대 소송 리스크가 완화되는 흐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곧바로 사업 정상화나 시장 반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3년의 시간 동안 소송에 수많은 자원을 쏟았을 뿐 아니라 이 과정 속에서 신뢰도 많이 깨져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이오플로우가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기반일 뿐 그간 잃어버린 시간과 돈을 보상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과연 인슐렛의 위기와 극적인 반전 판결을 기회 삼아 이오플로우가 다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시장에 돌아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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