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60주년 학술대회서 적정 의료인력 수급 등 대안 모색
김유일 이사 "현행 제도 활용 시 즉각적 효과 기대…적극 투자해야"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대한의학회가 창립 60주년 학술대회에서 지역의료 인력 확보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루며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등 장기 대책과 함께 당장 현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 단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확대로, 현재 활동 중인 전문의를 지역으로 유인할 수 있는 즉각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대한의학회는 12일 플렌티컨벤션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의료인력 수급, 전공의 수련교육, 지역의료 정책 등을 주요 세션으로 배치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 이후 단순한 의사 수 증원을 넘어 어떤 의사를 어디에서 어떻게 양성·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학회 차원의 정책 대안을 모색했다.
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는 '지금 바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의료 정책은?' 발표를 통해 지역·필수의료 인력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장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즉시 시행 가능한 인력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김 이사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대표적인 지역의료 인력 양성 정책으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국립의전원)를 소개했다. 복무형 지역의사제는 2027학년도부터 전국 32개 비수도권 의과대학에서 지역의사전형을 통해 선발을 시작하며, 2028년부터 2031년까지는 매년 613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국립의전원 역시 2030년 개교를 목표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들 제도를 통해 실제 전문의가 배출돼 지역의료 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최소 10~15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인력난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이사는 "지역의사제나 국립의전원은 실제 의사를 배출하려면 10년, 15년 뒤에나 효과가 나타나는 제도"라며 "반면 공중보건의사는 지금도 배출되고 있는 인력으로 제도만 개선하면 당장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에서 제기되는 공중보건의사 제도 폐지론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중보건의사도 의과대학 졸업 직후 일반의로 근무하거나 수련을 마친 뒤 전문의로 근무한다는 점에서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출신 의사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배치 기관 역시 대부분 중첩되는 만큼 공중보건의사 확보만으로도 상당 부분 지역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는 학비와 생활비 등 국가 재정이 투입되지만 공중보건의사는 군복무 대체 인력으로 운영되는 만큼 별도의 양성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며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역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확대를 제안했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지역 의료기관이 필요한 전문의를 직접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해 강원·경남·전남·제주 등 4개 지역에서 처음 시행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충남과 경북이 추가됐다. 현재는 5개 시·도가 추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체감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지역별 참여 병원 수가 적고 일부 기관은 모집 기준이나 재정 지원 문제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
김 이사는 "현재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전남 4개 병원, 경남 3개 병원, 강원 4개 병원 등 일부 기관에만 한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재정 지원 부족과 모집 기준 제한 등으로 충원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 여건에 맞게 모집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재정 지원과 대상 병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 활동 중인 전문의를 지역으로 유인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수단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중보건의사 제도 활성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1979년 도입된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농어촌과 도서벽지, 공공의료기관의 의료공백을 메우는 핵심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제도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일반 병사보다 긴 의무복무 기간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김 이사는 "대한의사협회 설문조사에서도 복무기간 단축 요구가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라며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한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를 선택할 유인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면 비장교 트랙 등 새로운 복무 형태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병이나 운전병 등 특기병 제도처럼 의대 졸업생을 위한 별도 복무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향후 2년 내 약 1200명의 공중보건의사가 전역할 예정인 상황을 '예고된 위기'로 규정하며 공중보건의사 확보가 지역 주민이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일 이사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의과 공중보건의사가 3000명 이상, 전문의 공중보건의사가 1000명 이상 활동하면서 보건소와 지방의료원은 물론 응급의료기관까지 상당 부분 지원했다"며 "당시에는 지금처럼 응급실 수용 거부나 응급의료 공백 문제가 훨씬 적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공중보건의사 확보만 제대로 이뤄져도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출신 의사가 배출되기 전까지 상당 부분 지역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다"며 "의무복무 기간 단축과 정주 여건 개선 등 실질적인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시니어 의사, 경력단절 여성 의사, 전역 예정 공중보건의사, 은퇴 예정 개원의 등 다양한 인력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시간제 근무, 순회진료팀, 계약직 형태의 유연한 근무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의료인력 풀(Pool) 센터를 구축해 단기 인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복무형 지역의사제,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각각 별개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상호 연계해 공공의료기관과 의료취약지, 응급의료기관 등에 필요한 인력을 단계적으로 공급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공중보건의사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이고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는 미래를 위한 정책"이라며 "단기 정책과 장기 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각 제도를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지역의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