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 바늘 사라질 수 있을까…혈당측정기 기술 경쟁 본격화

발행날짜: 2026-06-23 05:10:00
  • 아폴론, MIT와 공동 연구로 침습형 CGM 수준 정확도 입증
    라메디텍, 전반적 사용 만족도 97% 등 채혈 부담 완화 강조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당뇨 환자들의 혈당관리에서 반복적인 채혈이 가장 큰 불편 중 하나로 꼽히면서 채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바늘 기반 기기들의 경우 손끝을 찌르는 통증은 물론, 센서 교체나 소모품 비용 부담까지 혈당측정의 지속성을 떨어뜨렸지만 최근의 레이저 방식 및 비침습 기기가 그간의 단점을 보완하고 나선 것.

22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인 아폴론과 라메디텍이 각각 다른 접근법의 혈당측정 기술로 임상 성과를 공개하면서, 차세대 혈당측정기 시장의 경쟁 구도가 보다 선명해지고 있다.

먼저 혈액을 뽑지 않고 피부를 통해 포도당 신호를 읽어내는 완전 비침습 연속혈당측정기(CGM)를 개발하는 아폴론은 MIT 레이저생의학연구센터(LBRC)와의 공동 임상 연구를 진행, 최근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Diabetes Science and Technology에 공개했다(doi.org/10.1177/1932296826144505).

분석 결과 라만 분광 기반 비침습 연속혈당측정기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평균 절대 상대 오차(MARD) 11.3%, 측정값 일치율(AR 20/20) 87.35%를 기록했다.

이는 FDA가 제시하는 연속혈당측정기 정확도 기준에 근접한 수치로, 현재 시판 중인 글로벌 침습형 연속혈당측정기 제품들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측정 편향(Bias)은 0.29mg/dL였고, 총 261개 측정 데이터 포인트가 모두 파크스 오차 그리드(Parkes Error Grid)의 임상 허용 구간인 A·B 구간에 포함됐다. 4.5시간의 레이저 조사 후에도 피부 이상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아폴론 기술의 핵심은 피부에 센서를 삽입하거나 패치를 부착하지 않고, 라만 분광을 이용해 피부를 통과한 포도당 분자 신호를 직접 포착한다는 데 있다.

바늘도, 패치도, 소모품도 필요없지만 기존의 상용화된 연속혈당측정기 제품들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면서 차세대 혈당기기로의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MIT 강전웅 박사는 "세 개의 라만 채널만으로 전체 스펙트럼 분석 없이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불필요한 부품을 제거하면서도 민감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 근거를 이번 임상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아폴론은 올 하반기 보스턴 메디컬 센터(BMC)에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임상 타당성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보스턴 법인을 중심으로 FDA 신규 기기 허가 트랙을 위한 사전 협의도 준비하고 있다.

반면 라메디텍은 기존 금속 바늘 대신 레이저로 피부에 미세홀을 형성해 소량의 혈액을 채취하는 자가혈당측정기(BGM) 방식을 내세운다. 완전 비침습 기기는 아니지만, 반복적인 손끝 채혈에서 발생하는 통증과 피부 손상,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즉 아폴론이 '채혈 자체를 없애는 기술'이라면, 라메디텍은 '채혈은 필요하지만 그 부담을 줄이는 기술'에 가깝다.

라메디텍이 판매 중인 레이저 채혈 혈당측정기 '핸디레이-글루(HandyRay-Glu)'의 임상 근거는 국제 학술지 Diagnostics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및 진단검사의학과 연구팀이 당뇨병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자가혈당측정기 국제 성능 기준인 ISO 15197:2013에 따라 핸디레이-글루의 정확도와 임상적 유효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전체 측정값의 97.8%가 ISO 15197:2013 기준을 충족해 최소 요구 수준인 95%를 상회했다. 글로벌 표준 분석장비와의 Pearson 상관계수는 0.992로 매우 높은 수준의 상관성을 보였고, Clarke Error Grid 분석에서도 모든 측정값이 임상적으로 허용 가능한 Zone A와 B에 포함됐다.

사용성 조사에서는 사용 설명서 이해 용이성 99.0%, 측정 결과 확인 용이성 99.0%, 전반적 사용 만족도 97.0% 등 비교적 높은 만족도도 확인됐다.

라메디텍은 이미 제품 판매를 진행하면서 국내 시장 확대와 함께 유럽 CE, 미국 FDA, 브라질 ANVISA, 인도네시아 등 해외 인증 절차를 병행하고 있다.

기술의 미래 가능성을 입증하는 단계와, 실제 제품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단계가 맞물리면서 혈당측정기 시장은 이제 '얼마나 덜 아프게 측정할 수 있는가'를 넘어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단계로 이동할 전망이다.

라메디텍 관계자는 "혈당측정은 당뇨 환자에게 일상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필수적인 관리 행위이지만, 바늘 채혈 방식은 통증과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측정 지속성이 저해돼왔다"며 "핸디레이-글루는 레이저 채혈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이번 국제 학술지 게재를 통해 혈당측정 정확성까지 입증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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