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엔 PSA 불필요?…비뇨의학과의사회 "진단 기회 위축"

발행날짜: 2026-06-23 16:13:14
  • 정부 '고령 PSA 검사 저가치의료 후보지표' 지정에 우려 표명
    "PSA 검사 가치는 기대수명·건강상태·위험도로 판단해야"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저가치의료 후보지표에 '75세 이상 남성의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단순 연령 기준만으로 고령 남성의 PSA 검사를 저가치의료로 분류할 경우, 전립선암 조기진단 기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회장 문기혁)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저가치의료 측정지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75세 이상 남성의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후보지표에 포함한 것과 관련해 "고령 남성의 전립선암 조기진단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며 깊은 우려를 밝혔다.

건강보험연구원은 최근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바탕으로 암 선별검사·진단검사·심혈관 검사 및 시술 등 7개 영역, 31개 저가치의료 후보지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75세 이상 남성 PSA 검사'가 포함되자 비뇨의학과의사회는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암 조기진단 검사를 단순한 연령 기준으로 저가치로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반박했다.

의사회는 PSA 검사가 모든 고령 남성에게 일률적으로 시행돼야 하는 검사는 아니지만, 반대로 75세가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검사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임상에서는 주민등록상 나이보다 기대수명, 전신 건강 상태, 가족력, 기존 PSA 수치 변화, 배뇨 증상, 직장수지검사 소견, 환자 선호 등을 종합해 검사 여부를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의사회는 이번 후보지표의 설계 방식 자체가 현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전립선암 증상이나 고위험 요인이 없는 75세 이상 남성에서 관례적으로 시행되는 PSA 검사'를 저가치 가능성이 높은 검사로 제시했지만, 실제 지표 분모는 75세 이상 남성 전체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회는 예외 기준이 일부 반영되더라도 현장에서는 '75세 이상 PSA 검사'라는 지표명 자체가 삭감과 평가, 감시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청구자료만으로는 환자의 기대수명이나 가족력, PSA 상승 추세, 의사와 환자 간 공유 의사결정 과정 같은 핵심 임상 정보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사 가치를 낮게 보는 접근은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통계청 생명표에 따르면 65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18.6년, 80세 남성은 8.2년이다. 건강 상태가 좋은 75세 이상 남성 상당수는 여전히 10년 안팎의 기대수명을 갖고 있어 전립선암 조기진단과 치료의 이득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100세 시대 의료정책은 나이가 아니라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건강한 75세 남성과 중증 동반질환으로 기대수명이 짧은 환자를 같은 기준으로 묶는 것은 의학이 아니라 행정 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국제 가이드라인 역시 단순 연령 기준보다는 개별화 원칙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교화되고 있다. 미국 USPSTF는 70세 이상 남성의 일반적 PSA 선별검사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지만, 예방서비스 권고가 개별 환자에 대한 임상 판단까지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비뇨의학회(AUA)와 미국비뇨기종양학회(SUO) 가이드라인은 75세 이상이라도 PSA 수치가 낮은 경우 검사 중단 또는 간격 연장을 고려할 수 있지만,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기대수명이 10년 이상인 환자에서는 공유 의사결정을 거쳐 2~4년 간격의 선별검사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제시한다. 유럽비뇨의학회(EAU) 역시 전립선암 조기진단과 치료 결정에서 기대수명, 수행능력, 동반질환을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의사회는 한국 전립선암의 역학적 특수성도 함께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전립선암 신규 발생은 2만2640건으로 전체 암 가운데 6위, 남성암 중에서는 1위였다. 환자는 70대에 가장 많았고 80대 이상 비중도 18.0%에 달했다.

전립선암이 대표적인 고령 남성 암이라는 의미다. 전체 5년 상대생존율은 96.9%로 높지만, 원격 전이 단계에서는 51.2%로 크게 낮아진다. 조기진단 기회가 줄면 생존율과 삶의 질은 물론, 전이암 치료에 따른 장기 의료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게 의사회의 시각이다.

국내 환자에서 고위험군 비율이 높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51개 병원, 2만7075명의 전립선암 환자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2010년대 국내에서 진단된 전립선암의 절반 이상인 50.6%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연구진 역시 보험 청구 기반 빅데이터만으로는 PSA 수치, 병기, Gleason grade 등 전립선암 위험도 분류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의사회는 "서구의 과잉진단 논리를 한국 고령 남성에게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며 "국내는 전립선암 발생이 빠르게 늘고 있고 고령층 집중도와 진단 시 고위험군 비율도 높다"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해당 지표가 향후 급여 삭감이나 평가 지표로 이어질 경우 의료현장에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검사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의사가 지표 부담 때문에 PSA 검사를 주저하거나, 환자 역시 '나이가 많으니 검사가 필요 없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기혁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정책은 숫자를 보지만 의사는 사람을 진료한다"며 "청구자료 한 줄로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기대수명, 가족력, 불안, 가치관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75세 이상 PSA 검사를 일률적으로 저가치의료로 낙인찍는 순간, 일부 건강한 고령 남성은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해당 후보지표를 성급히 정책화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연구 목적으로 검토하더라도 전립선암 병력, 배뇨 증상, PSA 상승 추적이 필요한 환자, 가족력이나 유전적 위험이 있는 경우, 기대수명 10년 이상으로 판단되는 건강한 고령자, 환자와 의사의 공유 의사결정이 이뤄진 사례 등은 명확히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저가치의료 관리가 삭감과 통제의 도구가 아니라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위한 협력적 정책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불필요한 의료를 줄이는 것과 필요한 조기진단을 막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정부는 '75세 이상'이라는 숫자 하나로 PSA 검사의 가치를 재단하는 접근을 중단하고, 초고령화와 한국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 양상, 국제 가이드라인의 개별화 원칙을 반영해 지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인 비뇨의학과 의료진과 함께 한국 현실에 맞는 PSA 선별검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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