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늑대의 역설

발행날짜: 2026-06-29 05:00:00
  • 의료산업2팀 김승직 기자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1900년대 미국 옐로스톤 지역에서 정착민들이 목축을 시작하며 인근 늑대를 모조리 사살하는 일이 있었다. 늑대가 사라지면 민가가 습격당하거나 가축이 죽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결과는 참담했다. 천적이 사라진 초식동물이 폭증해 풀과 나무를 모조리 먹어 치우면서 숲은 황폐해졌고, 결국 생태계 전체가 붕괴했다.

의사들이 작금의 정부 수가 개편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8일 '국민의 치료권,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관리급여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수가 개편과 비급여 관리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과잉검사·치료를 줄여 의료비를 절감하고, 이 소아·분만,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영역에 분배하겠다는 것이다. 즉 과보상은 깎고 저보상은 채우겠다는 취지다.

저가치 의료 후보 지표로는 ▲영상 검사 ▲진단·선별 검사 ▲근골격계 시술·수술 ▲심혈관 검사 및 시술 ▲고위험·저가치 약물 사용 ▲암 선별 검사 ▲수술 전 평가 검사 등이 제시됐다.

구호는 그럴듯하다. 정부 입장에선 과보상 영역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늑대로 보일 수 있다. 이 늑대를 잡아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데 이견을 가질 국민도 적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호 계획 이면에 생태계 전체를 황폐하게 만들 독이 숨어 있다면 어떨까.

현재 대한민국의 수가는 기본 진찰료나 수술비만으론 원가를 보전하기 힘든 기형적인 구조다. 그동안 일선 병·의원들은 기본 진료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검사 등 수익이 남는 영역에서 메우며 병원을 유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수가를 대폭 깎아버리면, 병원 전체 경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의료계 입장에서 과보상이란 늑대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 장치다.

결국 과보상을 잡아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선택이, 필수의료를 제공해야 할 병원을 위험에 빠뜨리는 셈이다. 의료계가 이번 개편을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며 반대하는 이유다.

필수의료 분야 수가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진료과의 수가를 삭감해 이를 충당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늑대를 쫓아내 초식동물을 보호한다고 숲이 정상화되지 않듯,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론 전체 의료 인프라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물론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효율적인 분배를 고민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은 이해한다.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개선하고 비정상적인 수가 체계를 바로잡는 것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생태계 전체에 미칠 나비 효과를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재원을 뺏고 얹는 방식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의료는 파이를 나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필수의료를 살리는 길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국가적 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별도 국고 지원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 내부 출혈 경쟁만 강요하는 것은 폭탄 돌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정책의 성공은 현장의 수용성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선 한쪽에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의료 생태계 전반이 공존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생태계의 균형을 외면한 채 단순히 늑대를 쫓아내는 인위적인 통제가 아닌, 숲 전체를 살피는 합리적인 수가 제도 정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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